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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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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8-12-05 ㅣ No.8198





    12월 2일 대림 제1주간 화요일
    나이 들수록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루카 10장 21-24절) 글 : 양승국 신부님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장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구나 꿈꾸는 일이 한 가지 있겠지요. ‘건강하고 안정된 노년, 품위 있고 고상한 노인, 아름답고 향기로운 죽음!’ 말은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일 때도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본인도 모르게 자기만의 울타리 안에 갇힙니다. 서운한 일만 늘어갑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목숨을 겁니다. 성격도 ‘쫀쫀’해집니다. 몸이 시원찮다보니 내 몸부터 먼저 챙기게 됩니다. 자기중심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나이 들수록 유머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답니다. 나이 들수록 자주 씻고 외양을 단정하랍니다. 나이 들수록 잔소리를 줄이랍니다. 나이 들수록 더 신경 써서 깨끗한 손수건을 잘 챙기랍니다. 그래서 음식 먹을 때 자주 입을 닦으랍니다. 더 중요한 노력이 있습니다. 영적 노력입니다. 정신적 노력입니다. 나이 들수록 더 자주 책을 손에 들랍니다. 나이 들수록 더 많이 기도하랍니다. 더 자주 묵상에 잠기랍니다. 나이 들수록 조금씩 포기하랍니다. 나이 들수록 점점 밑으로 내려가랍니다. 나이 들수록 점점 육적인 삶에서 영적인 삶에로 건너가랍니다. 나이 들수록 조금씩 이승의 삶을 줄이고 천상적 삶을 시작하랍니다. 결국 참 삶, 참 인생이란 두 번 태어나는 삶입니다. 한 번 더 새롭게 탄생하는 인생입니다.



        그런데 진정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은 그 한 번의 탄생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새로남’의 작업, 그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됩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성을 과감하게 무너트리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싫어하시는 것이 교만함입니다. 완고함입니다. 뻣뻣함입니다. 경직됨입니다. 권위주의입니다. 학력제일주의입니다. 반대로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은 겸손함입니다. 순수함입니다. 단순함입니다. 소박함입니다. 순결함입니다. 오랜 인간적 노력 끝에 높디높은 자리로 올라가신 분들, 이제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다시 한 번 밑으로 내려가셔야 할 때입니다. 각고 끝에 한 학문의 정점에 서신 분들, 이제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기존의 틀을 부수고 새롭게 시작할 순간입니다. 부단한 노력 끝에 큰 경제적 성공을 거두신 분들, 이제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큰 마음먹고 관대한 나눔을 시작할 때입니다. 이런 노력이야말로 제대로 된 ‘철부지’가 되려는 노력이며, 다시 한 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노력이며, 지상에서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는 지름길로 나아가는 노력입니다. 주님의 권고대로 다시 한 번 새롭게 태어나게 될 때 우리가 얻게 될 은총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간 우리 눈앞을 가렸던 장막이 치워지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오랜 속박에서 훨훨 벗어나 대자유을 만끽하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이 얼마나 풍요로운 것인지,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인간이 얼마나 사랑스런 존재인지를 제대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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