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둔한 신부를 위한 상큼한 교사들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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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1999-12-17 ㅣ No.909

 

나는 착하게 살기 때문에 성당에 나갈 필요없다고 하던 꼬마가 생각나시나요?

 

이 우둔한 신부를 위해 여러 사람이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물론 보답하지요. 제가 가진게 돈밖에 없기 때문에 물질적으로만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노원성당 청년교사들이 여기에 대해 이런 저런 글을 주었습니다(흣흐 물리력을 좀 동원했지요). 제가 대신 게시판에 올려드립니다. 교사들의 생각입니다. 각 번호 뒤의 사족은 저의 해설입니다요.

 

 

 

1. 만약 그런 학생이 있다면

 

"얘야 너 죽고싶니? 그럼 난 안 착해서 맨날 성당 오냐? 그럼 성당에서 사시는 신부님, 수녀님은 무슨 악의 무리라서?"

 

-상당히 폭력적, 터프한 성격이 느껴지나 될까?

 

 

 

2.성당을 나가는 것은 자신이 착하게 사는 것만이 중요하지 않고 너 자신이 힘들때 너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도 있단다. 네가 정말 힘들때,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어떻게 하겠니? 성당은 너를 구속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너를 도와주기 위해 있단다.

 

 

 

3. 진짜 너 착하게 살았어?

 

God blessing you! 맞어 성당에서는 너 같이 착한 사람이 필요하단다. 그러니까 넌 한마디로 부르심을 받은거야. 성당에서 보자!

 

이렇게 하면 씨도 안먹히지요.

 

방법론적으로(1) 그 친구와 가장 친한 친구중 성당에 나오는 사람을 꼬신다. 그래서 같이 나오도록 (2)성당을 나올때까지 매주 연락을.

 

난 너한테 성당에 나와서 니가 생각하는 신부님들과 선생님들의 뻔한 얘기를 들으라고 강요하진 않겠어. 니가 관심이 없으면 신경쓰지마. 그저 몇주만 성당에 나와서 너와 같은 나이의 친구들과 같이 지내길 바래. 그리고 성당이 뭔가를 강요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곳으로 생각하지마. 가장 편하고 마음껏 놀수 있는 그런 편한 곳으로 생각해. 괜히 니 생각에 벽을 만들지마. 다음에 가장 편한 곳에서 널 봤으면 좋겠어. 그럼 안녕!

 

 

 

4.얘야! 왜 성당에 나오지 않으려고 하니? 성당이 싫으니? 너가 정말 착하게 살고, 나쁜 짓을 안하더라도 성당엔 꼭 나와야 하는 거란다. 성당에 나오면서 너는 무엇을 지금까지 느낄 수 있었니? 선생님은 성당에 오면 항상 편안하고, 생활하면서 가지고 있던 모든 일들에 대한 걱정들을 떨쳐 버릴 수 있단다. 네가 성당에 나오면서 너는 하느님의 사랑을 직접 느낄 수 없었니? 잘 생각해봐라. 선생님 얘기를 하자면 항상 언제나 어려운 일, 힘든일, 고통스런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잘 해결했을 때, 잘 넘어갔을 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다 하느님께서 보살펴 주셨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항상 살아가는데 무섭지 않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의지하니 삶이 편해지더라. 이러한 것들이 내가 매주 성당에 나와 기도하며 받은 은총때문이라고 생각한단다. 물론 너에겐 선생님의 모든 얘기가 너에겐 그냥 일반적으로, 겉도는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한번 더 자신을 깊이 생각해보고 기도하는 하느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렴. 10분이 됐든 1시간이 됐든 꼭 그런 시간을 가져보렴. 마지막으로 성당은 니가 나오고 싶다고 나오기 싫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란다. 우리는 꼭, 꼭 항상 하느님을 생각하고 그분의 사랑에 감사하며 기리기위해 성당에 나오고 살아가야 한단다.

 

 

 

5. 토끼표 스토커를 실시한다. 경험상 성공확률이 꽤 높았음!! 우리 반 아이들의 대부분은 스토커에 굴복해준 이쁜 아이들이 었지요. 처음엔 전화 걸면서 귀찮게 하다가 가끔씩 편지도 하고 괜히 바쁜 애들 불러내서 찝쩍대다가... 근데도 만날 수 없는 아이들 한테는 축일 선물 소포로 보내구(뇌물 공세).

 

암튼 무진장 귀찮게 했더니 아이들이 지겨워서(?) 나오더라구요. 처음에 몇달 동안 얼굴 한번 볼 수 없었던 아이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거진 잘 나오고 있습니다. 대화내용은 아이들마다 다르므로 얘기는 이만 마치겠사와요. P.S 잘 안된 경우도 있지만

 

 

 

6. 나와서 나랑 나쁜 짓 하지 않을래.

 

 

 

7. 세상을 살아가면 언젠가 닥칠 어려운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상황에 따라 사람은 변할 수 있으므로.... 항상 변하지 않는 삶을 살기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8. 내가 성당에 어렸을 때 안왔던 이유는 애들 때문이었다. 신부님께 말씀드렸던 그런 이유때문이었는데(처음에는), 그런데 후에 고등학생이 되어 오고 싶을 때는 그전에 느꼈던 이유말고 친구가 성당에 없다는 이유가 생겨별렸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으로써 주일에 교리 안오는 애를 오게 하기 위해선  친구관계를 잘 확인해봐서 그 친구와 같이 오게 한다. 그 친한 친구를 데리고 가정방문을 하든지 해서 그 다음부터 같이오게 하고 반 아이들과 친해지도록 해서 정이 붙게 해버린다. 짜안!

 

그리고 교사가 아닌 솔직한 나로서는 그냥 내비둔다. 성당에서 뭔가 얻고 싶은 것이 있고 함께 하는 걸 원하는 사람이라면 떠났어도 다시 올 것 같다. 나처럼.

 

9. 2년동안 교사생활을 하면서 학생들한테 전화도 참 많이 했다. 교리를 나오라고, 왜 빠졌냐고 처음엔 물었지만, 나중엔 학생들이 먼저 교리 나가겠다고 약간 짜증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그래서 시도한 방법이 면담이다. 내가 학생들과 좀 더 친해지면 학생들에게 교리를 쉽게 접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학생때 약간의 기간이었지만 그 교리시간마다 작은 것을 느꼈고, 그 말로 차마 할 수 없는 나를 생각하게 하는 무언가가 지금의 나를 교사로 만들어 준 것 같다. 학생들에게 그 기회를 주고 싶다. 교리를 아는 것도 없는 교사이지만, 서로서로간에 얘기하면서 그 고민을 나 혼자 하는게 아니구나, 여기서 탈출구를 찾아야겠구나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배우라고 교리하라는 것보다 느끼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절대 안나온다는 학생에게 내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다. 딱 한번만 나오라고 딱 한번만 나와서 조금이라도 느끼는게 있으면 정을 붙이게 되지 않을까? 내가 학생때의 기분을 생각하며 학생들을 대하고 싶다. 근데 정말 힘들다. 학생들에게 교리를 권할 때면 내가 좀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0. 아이야, 항상 생각하는 것과 실제는 다른 거야. 지금 생각에는 성당에 나오는 것과 하느님을 믿는 것이 집에서 그냥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여기겠지만, 성당에서 교리를 듣고, 친구들을 사귀면... 네가 실제로 부딪히는 것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정말 많이 다르거든. 만약 나의 생각이 맥도널드 콜라 한 잔 만큼의 크기라면 실제로 얻어지는 것은 그 안에 있는 콜라도 얼음도 아닌 빨대 하나일 수가 있어. 생각만으로는 다 알 수가 없는 거거든.

나도 이전 교사를 하기 전에는 집에 있으면서 ’마음으로만 믿으면 돼’라고 생각하고.....미사도 잘 빠졌거든

하지만 실제로 교사를 하고 성당 활동을 하니 미쳐 생가가지 못했던 게 많더라. 인간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가 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친구들 안에서.. 내가 만나는 많은 성당 식구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가 있거든 거기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교리를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기필코 들어야 한다는 거야.

 

11. 등장인물: 선생님, 비오(주일학교 어린이)

(1)

비오: 선생님 성당에 오면 신부님이 착하게 살라고 하시잖아요.

선생님: 그렇지

비오: 근데 전 지금 착하게 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성당에 나오지 않아도 되죠?

선생님: 비오는 평소때 선생님이 지켜보니까 정말 착한 어린이 같더구나. 그런데 비오 말대로라면 같이 주일학교 다니는 친구들은 모두 착하지 못해서 착해 질려고 다니는 걸까?

비오: 네

선생님: 여태까지 착하게 살지 못해 앞으로라도 착하게 살려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많을거야. 비오야! 선생님도 진짜 착하게 사는 거 같지 않니?

비오: 아니요.

선생님: 선생님은 회사도 다녀야 되구, 친구들도 만나야 되고, 남자친구도 만나야 되는데 이렇게 토요일마다 너희들 만날려구 성당에 오는데 착하게 사는 거 같지 않아? 선생님도 지금은 착하게 산다고 생각해. 하느님께서도 비오나 선생님을 착하게 산다고 보아주실까?

비오: 선생님은 말고 저는요... 착하게 산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선생님: 그래 착하게 산다고 생각해 주실 거야. 하지만 하느님은 참 욕심쟁이야 우리가 지금보다 더 착해지길 바라시거든 성당도 열심히 다니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고 엄마, 아빠 말씀도 잘 듣는 비오지만 그보다 더 착해지길 하느님께서 바라실꺼야.

(2)

선생님: 우리 마음에는 늘 천사와 악마가 있단다. 천사는 우리 마음이 좀 더 착해질 수 있게 도와주지만 악마는 비오가 나쁜 마음을 갖게 한단다. 우리 옆에는 늘 예수님이 계시지만, 때론 친구들과 놀때나 학교에서 공부할 때 예수님을 잊고 지낼 때가 있지? 그럴때 성당에 오면 예수님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가 있단다. 또 예수님은 우리가 성당에 오면 천사에게 힘을 주신단다. 악마보다 더 강할 수 있게... 그래서 우리 비오가 평소때 착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단다. 비오 말대로 지금 착하게 지낸다고 성당엘 다니지 않으면 아마 악마가 천사보다 훨씬 힘이 세지겠지?(이때 비오가 그럼 성당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못됐냐구 물어보면 어쩌죠? 생각해 봤는데 딱히 떠오르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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