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나눔]가장 중요했던 시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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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용 [postpube] 쪽지 캡슐

2000-05-26 ㅣ No.1153

 

<가장 중요했던 시험 문제>

 

 

 

 

간호학교에 입학한 지 두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교수님은 수업 시간에 강의 대신 간단한 문제가 수록된 시험지를 돌렸다. 나는 수업을 착실하게 들었던 터라 별로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문항에 이르렀을 때는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학교를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아주머니의 이름은?"

 

검정 머리에 키가 크고, 나이는 오십 대쯤 되어 보이는 그 아주머니를 여러 번 본 적은 있었지만 이름이 뭔지 알 리가 없었다.

 

'이것이 시험 문제라고 할 수 있는가?

 

설마 이런 문제를 점수에 반영하지는 않겠지.'

 

마지막 문항 때문에 답안 하나를 작성하지 못했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교수님, 마지막 문제도 점수에 반영되나요?"

 

답안지를 제출한 뒤 나는 손을 번쩍 들어 장난스럽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순간 교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간호사로서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게 될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와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여러분은 모든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내야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합니다."

 

그날 교수님의 말씀은 내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병원 일이 힘들거나 짜증이 날 때마다 나는 그 말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내 마음의 생수 61잔>,

조안 C. 존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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