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주님 공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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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01-05 ㅣ No.1079

주님 공현 대축일(나해. 2003. 1. 5)

                                               제1독서 : 이사 60, 1 ∼ 6

                                               제2독서 : 에페 3, 2∼3a. 5∼6

                                               복   음 : 마태 2, 1 ∼ 1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눈이 내리고 날이 추워 미끄럽습니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너무 움츠리고 다니다 보면 보아야 할 것을 못보고 실수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춥다고 너무 움츠리지 말고 어깨를 펴고 다녀야 하겠습니다.  그럼 추운 이 세상이 새롭게 보일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주님의 탄생을 세상에 공적으로 선포한다는 의미에서 제2의 성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단순히 인간으로 출생된 그 생일을 기리는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예수님께서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것을 장엄하게 기념하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공현은 목자들과 박사들이 하느님의 아들로서 알고 경배하였던 그 갓난아이가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민족이 고대해온 분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처음에는 주 하느님께서 자기들만의 하느님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차츰 후대로 내려오면서 특히 유배 생활을 거치면서 주 하느님께서 자기들만의 하느님이 아니라, 모든 민족들의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구원과 해방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모든 민족에게 이루어질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온 땅이 아직 어둠에 덮여, 민족들은 암흑에 싸여 있는데 야훼께서 너만은 비추신다.  모든 민족들이 너희의 빛을 보고 모여들며, 제왕들이 솟아오르는 너의 광채에 끌려오는구나.  머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아라.  모두 너에게 몰려오고 있지 않느냐?"  이스라엘이 모든 민족들의 빛이 될 것이며 이방인들이 주 하느님을 믿고 구원을 받게 될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든 민족의 구원에 대해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더욱 분명하게 말합니다.  "그 심오한 계획이란 이방인들도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살면서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한 몸의 지체가 되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함께 받는 사람들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을 통해 모든 이방인들을 구원하는 것이 하느님의 심오한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방인들 사이의 차이를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이들, 즉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무시하고 헤로데처럼 그를 죽일 계획을 짜는 반면, 멀리 있는 이방인들은 예수님께서 비록 가난하고 비천한 모습으로 나타나셨지만 그분을 찾고 알아보고 있습니다.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 마침내 그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이를 보고 그들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다."라고 말합니다.  기쁨은 대단한 수고를 치르고 얻어지거나 오랜 투쟁 끝에, 때로는 실망 끝에 얻어집니다.  우리는 오랜 기간 기도하고 노력하여 가족들이 신앙을 가지고 영세를 받게 되면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합니다.  충실하게 노력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다가 전세에서 집을 사 가지고 자신의 집을 얻게 되면 기뻐합니다.  이런 기쁨이 건전하고 진정한 기쁨입니다.  그리스도는 그분을 찾기 위해 바로 동방박사들의 경우처럼 오랫동안의 고달픈 여정을 끝내 달릴 용기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만 밝게 빛나시는 분이십니다.  가까이 있으면서 알아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드러내시는 그리스도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노력함으로써 우리는 그리스도를 만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들 앞에 벌어지는 현실은 거대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은 너무도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어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모든 것을 쉽게 결론짓게 하고,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자포자기의 모습은 현실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방의 박사들이 오랫동안의 고달픈 여정을 이겨냄으로써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을 얻었듯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뿌리를 생각하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각기 다른 모양의 작은 일이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님을 마음에 새깁시다.

 

  우리가 하느님을 몰랐더라면 지금의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쉽게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를 주님께 인도해 준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그분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이웃을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사람으로써 주님을 온 세상에 드러내며 공현을 완성하는데 앞장서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용기와 기쁨을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하느님의 구원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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