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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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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균 [andangpina] 쪽지 캡슐

2000-10-04 ㅣ No.3067

부메랑

 

문득 문득 다른 사람 앞에서 남의 이야기를 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비난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제 말만 듣고는 "세상에 그럴 수가!" 하며 덩달아 같이 분노하는 분들도 계시고, 저 역시 다른 분들의 얘기에 그런 반응을 보이곤 하는데, 사실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반응입니다. 그것이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나중에 저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쪽의 문제도 만만치 않거나 오히려 진짜 문제가 많은 쪽은 이 쪽인 경우도 꽤 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 관계가 거의 대부분 그렇습니다. 어느 한 쪽의 말만 듣고 다른 쪽을 함부로 평가하고 비판했다간 큰 일이 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양쪽의 형편과 입장을 두루두루 살펴보기 전에는 절대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인간관계는 언제나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리와 관계된(관계되었던) 어떤 사람을 비난하고 공격하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일으킨 문제가 훨씬 더 클 수 있고, 내가 비난하는 그것보다 몇 갑절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그 사람과 주변 사람들에게 용납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모르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입니다. "왜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마태 6,1-3) "예, 우리는 못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사람(다른 사람)으로부터 묵인되고 용납함을 받은 양이 얼마나 큰지를 보지 못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문제입니다. 사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용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버젓이 살아가고 있는 것도 주위 사람들이 무던히도 참아 주고 수 없이 용납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이 용서받고 용납 받은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겐 다른 이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 요즘은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든 누군가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은 특히 나 자신에게서도 결코 유익이 되지 않는다는 그 진리를 계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 화살이 돌고 돌아 나 자신에게로 날아와 박히는 것을 반복하여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마태 7,1의 비판의 부메랑입니다.

 

남에게 안 좋은 이야기는 결국 나 자신에게도 득 될 것이 없습니다.

 

- 낮.해.밤.달(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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