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예수의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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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4-06 ㅣ No.3931

 

"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고 계셨다."

 

.......

 

예수님은 무엇을 쓰고 계셨던 것일까요?

너무나 너무나 궁금합니다.

 

갑작스레 끌려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딘 여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

모두의 시선이 자신만을 바라보며 당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그 때..

 

갑자기 예수님은 그 분답지 않으시게 시선을 피하여

땅으로 시선을 돌리시고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하십니다....

 

... 궁금합니다.

무엇을 쓰고 계신가..

....

 

많은 이들이 너무나 많은 추측을 내어 놓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는 이가 되어 봅니다.

그 여인을 끌고 가는 이가 되어 봅니다.

 

.....

 

죄인을 용서하신다는, 죄인을 사랑하신다는 그 분앞에 그 여자를 던졌습니다.

그 여자의 죄는 너무나 명명백백하여 피할 수 없는 벌을 받아야 하는 여자였습니다.

 

간음한 여자, 우리는 손에 돌을 하나씩 들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에게 던지기 위해 준비한 돌입니다.

 

예수...

 

죄인을 위해 오셨다며 죄인을 항상 감싸던 그 분이지만,

이렇게 현장범인 그 여자를 편들 수는 없으실 것입니다.

 

우리는 그 계산을 했고,,,

그 분 앞에서 그 여자에게 돌을 던짐으로써 그 분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함도 있습니다.

 

하하..

~~

드뎌 그 분도 이번에는 아무 말도 못하시는 듯 합니다.

우리의 시선을 피하셨습니다.

그 분의 시선은 땅에 꽂혔습니다...

할 말을 찾지 못한 채...땅에 낙서만 하고 계신 그 분...

 

하하~

 

이번만은 우리의 승리인 듯 합니다.

...

우리는 그 분에게 재촉했습니다.

그 분의 패배를 확인하기 위해서....우리의 승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 분의 생각을 크게 물었습니다.

주위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흥미롭게 우리를 지켜봅니다...

 

..그런데..

 

...귀찮다는 듯, 낙서를 멈추시고...

우리를 보시던 그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없는 삶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그리고는 다시 땅에 낙서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분위기는 이상해집니다...

 

한 분이 불쑥 나서서 예수가 하는 낙서를 보시더니... 흠칫 놀라며 가십니다.

또 다른 한 분이 궁금한 듯...앞으로 나가 그또한 낙서를 보시고는 ....돌아서 가십니다.

 

(이제 그 여자는 어느 누구의 관심 밖에 되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그렇게 기고만장하던 이들이...

 

그 말 한 마디에 물러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던 나는...

나 역시 궁금함을 견디지 못하고 낙서를 보기 위해 다가갔습니다.

 

...이론...

이런... 이런.......

그 땅에는 삐뚤삐뚤...

나의 죄가 적혀 있었습니다...

 

내가 범한 여자의 일이...내가 훔친 물건이...

내가 때린 이의 일이...그렇게 지은 죄들이..단막단막.. 적혀 있었습니다.

 

아아~

아까의 그들이 나의 죄를 보고 말았습니다.

아까의 그들은 저의 죄를 읽고 간 것인가 봅니다.

 

...아닌가?

저 글은 나만의 것이 아닌가?

아니면 그들은 그들의 죄를 그 곳에서 본 것인가?

 

아아~~~

 

예수는 우리의 외침을 들으며, 우리의 얼굴을 보시는 순간,

들리는 죄악,, 보이는 죄악... 다 보신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만 눈을 돌리고 마신 것입니다.

 

 

그 분은 그 순간 우리 하나하나에게...

당신이 보게 된 우리의 죄를 조목조목 따지실 수도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 분은 그러지 않으신 겁니다...

 

그리고...

 

그 낙서의 맨 끝 문장까지 다 읽고는 울고 말았습니다.

 

"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말아라..."

 

....아까 그 분들 모두...이 글을 읽으신 것입니다.

 

그 분의 침묵이 무서워져...저도 뒷걸음치고 말았습니다...

...뒤돌아 걷는 저..눈물이 납니다.

..

 

제 뒤에 그 여자와 예수의 대화가 들립니다.

예수의 목소리..

 

..또 다시..

가슴이 와서 박혀 버렸습니다...

 

"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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