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시누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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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희 [adrong] 쪽지 캡슐

2002-10-06 ㅣ No.2253

 얼마 전 유방암으로  투병중인 시누이를 찾아서, 계룡산 깊은 골짜기를 찾았다.

날씨는 어느덧 선들한  바람과 함께 가을이  완연했고  여기 저기 누렇게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  들녘은  세월의 빠름을  새삼 느끼게 했다.

 

 작년 이맘때 쯤이던가?  유방암 말기를 선고받고  이미 늦어버린  수술 시기를  안타까워 하며, 어쩔 수 없이 대체요법을  선택했던  시누이는   결국, 자연 요법으로도  퍼지는 암을  억제할 수가 없어, 지금은  깊은 산속에서, 하루 5시간씩  산행을 하며, 죽음과의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 이었다,

 

 우리가, 그녀가 있는 계룡산  선은사 입구에 도착 했을 때는 이미, 시간은 오후 1시를 넘고 있었다.

몇달 새  몰라볼 정도로 수척해진 시누이는 걱정하는 우리에게, 체중이 무려 10Kg이  빠졌다고 얘기하며,  쓸쓸히  웃었다, 기거하는 방 역시  너무나, 협소하고  화장실도 멀리  있어, 불편하지 않느냐는 우리들의 걱정에 그녀는  이미 그런 것들은  나에게  아무런  불편함도 주지 않는다며, 지금은 마음을 비워가며, 조용히 마음 수련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한 때는  대학 병원의  잘 나가는 간호사로써, 건강에 대하여, 온갖 질병에 대하여, 박식함을  자랑하며, 유난히  깔끔을  떨던  그녀의 모습은  찾아 보기가 힘들었다  

 

 시누이 방을 나온  우리는  새 소리로 시끄러운  산사를  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우거진  숲 사이로  이름모를 새 들만이  지저귀고 있었고... 한참을  말없이 걷던 나는 슬그머니  손을  뻗어  이미  따딱하게  굳어서  프라스틱 원뿔같은  시누이의 왼쪽 가슴을  만져 보았다.

손끝에  와 닿는 그 딱딱한  감촉은 꼭 죽음을  예고하듯  선뜻 하기만  했다.

그런 나의 손을 슬그머니  내리면서,  시누이가  웃었다,

 "언니!  산다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만은 아닌 것 같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내가 욕심을 너무 많이 냈는가봐. 이제는 남들보다 조금 빨리 떠난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어떤 말도 하기가  힘들었다.

곧  나을테니, 열심히 산행을 하라는 소리도  하기가 힘 들었고,,,   

그냥, 묵묵히 걷기만 했다.

 

내려오는 길에  고구마며, 야채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집에 가서 먹겠다며, 고구마며, 야채를  사서  차에  실고  또 하릴없이 운전을 하면서,  우울하게 서울로  돌아왔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시누이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해 줄 수 있는 것은  간절한  기도 뿐.

주님!!  그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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