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그들만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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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숙 [nomary] 쪽지 캡슐

2001-05-17 ㅣ No.1274

제가 언제 말을 배우고 어떻게 배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영어를 처음부터 가르치다보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전 다행히도 사람들의 언어를 잘 배워서 어디에 가도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

...

 

오늘 예전에 한낮의 찐한 데이트를 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구 왔습니다.

인연이란... 참...

혹시 날 잊었으면 어쩔까 내심 걱정아닌 걱정도 했는데...

이젠 안다구 환하게 웃어 주는데... 행복하더군요.

 

오늘 저랑 삼성동 아쿠아리움을 같이 다닌 아이는 원구라는 아이입니다...

제가 감당하기엔 벅찰 정도의 건장한 체구였습니다.

같이 간 용훈이랑 힘대결을 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몸매도 용훈이랑 거의 비슷하답니다... 히히히^^

 

여하튼...

오늘은 저도 이미 다 큰 어른이 되어 버렸구나라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왕자를 힘들게만 할 잣대를 가진 어른으로...

 

그 아이는 낯을 많이 가리던 아이였습니다.

어데서 처음 본 낯선 사람이랑 낯선 장소에 가는데...

저는 친해지기도 전에...

여기로 가면 위험해...

친구들 기다렸다가 같이 가자...

사람들 많은 데서 소리를 지르면 안되지...

아무데서나 앉으면 어떻게...

만지지 말자...

하며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손에 힘을 주어 가며 제지했습니다... 왜냐면 ...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할 세상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모두의 시선을 받을테니까...

그리구... 동반한 선생님으로써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구 할테니까...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예쁜 동생을 사랑스럽게 보듬어줄 줄도 알구...

우리가 다 신기하게 여기는 상어보다는 황소 개구리만 하루종일 보아도 행복해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어른의 욕심으로 수족관의 더 많은 고기들을 보여주고 싶었구... 남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는 아이로 남아있게 하구 싶었습니다...

 

수족관에서 한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와서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나두 이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팔만을 끌고 저를 이리저리 끌고만 다니더군요... 나름대로 그들만의 언어였던 것입니다...

전... 그 언어에 눈을 맟추기엔 너무 커버렸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힘이 주~욱 빠져 나가는 듯했습니다...

 

분명 눈에 보이는 제 소임은 다 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원구의 언어에 좀더 귀기울여 주지 못함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자폐 아동만이 아닌 듯 합니다...

우리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하구 의사소통을 한다구 하지만 우리들만의 각자의 언어를 가진 것 같습니다...

제가 알지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듯이 그들만의 언어를 나의 잣대로 재는 일은 이제 그만 두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때 항상 생각나는 말...

오! 마이 갓!

우리는 언제가 되서야 자기를 버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갈수 있을까요...

 

오늘은 일찍 푹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꿈에서 다시 만나면 행복할 것 같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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