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다산선생과 모자란(?)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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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1802년 천주교 신자들 박해한 신유박해 사건에 연루되어 강진으로 귀향을 갔다. 정약용은 워낙 유명한 학자였으므로 그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이가 많았다. 이에 정약용은 아이들 몇몇을 가르치게 되었고, 이 소문을 듣고 황상(黃裳)이란 사람이 그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는 늘 자신 없는 표정으로 글을 배웠다. 그래서 6일이 지나고 7일째 되던 날, 정약용은 황상에게 말했다. “황상아, 이제 문사(文史)를 공부하도록 해라.” 그러자 황상은 쭈뼛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스승님, 제게는 세 가지 병통이 있는데, 첫째는 머리가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혔고, 셋째는 분별력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제가 문사를 공부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정약용은 따뜻한 눈빛으로 황상에게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병통이 있는데, 너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구나! 첫째 기억력이 좋은 병통은 공부를 소홀히 하는 문제를 낳고, 둘째 글 짓는 재주가 좋은 병통은 글이 가벼이 들떠 허황한 데로 흐르며, 셋째 이해력이 빠른 병통은 거친 것이 문제다. 정약용은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는 황상에게 그 무능함이 오히려 공부를 하는 데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준 것이다. 스승의 말에 큰 감동을 받은 황상은 스승의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고 근면과 끈기를 가지고 공부하였다. 덕분에 그는 훌륭한 시인이 되었고, 정약용과 만난 지 60년이 되는 임술년에 스승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면서, ‘임술기(壬戌記)’라는 글을 지었다. -KBS인사이트아시아 유교 제작팀, <유교. 아시아의 힘>, 예담, 2007, 371-372쪽. ------------------------ 다산 선생은 학식만이 아니라 인격도 출중한 분입니다. 학생이 지닌 장점의 이면을 보면서 우쭐대지 않게 하고, 반면에 학생의 약점을 장점으로 보게하여 용기를 북돋아 주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