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다산선생과 모자란(?)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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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8-03-15 ㅣ No.559

다산 정약용은 1802년 천주교 신자들 박해한 신유박해 사건에 연루되어 강진으로 귀향을 갔다. 정약용은 워낙 유명한 학자였으므로 그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이가 많았다. 이에 정약용은 아이들 몇몇을 가르치게 되었고, 이 소문을 듣고 황상(黃裳)이란 사람이 그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는 늘 자신 없는 표정으로 글을 배웠다. 

   그래서 6일이 지나고 7일째 되던 날, 정약용은 황상에게 말했다. “황상아, 이제 문사(文史)를 공부하도록 해라.” 그러자 황상은 쭈뼛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스승님, 제게는 세 가지 병통이 있는데, 첫째는 머리가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혔고, 셋째는 분별력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제가 문사를 공부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정약용은 따뜻한 눈빛으로 황상에게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병통이 있는데, 너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구나! 첫째 기억력이 좋은 병통은 공부를 소홀히 하는 문제를 낳고, 둘째 글 짓는 재주가 좋은 병통은 글이 가벼이 들떠 허황한 데로 흐르며, 셋째 이해력이 빠른 병통은 거친 것이 문제다. 

머리가 둔하지만 공부를 파고드는 사람은 식견이 넓어지고, 앞뒤가 막혔지만 뚫은 사람은 흐름이 거세지며, 분별력이 없는 사람이 꾸준히 연마하면 빛이 난다. 그러면 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 부지런해 해야 한다. 또 뚫은 방법이 무엇이냐,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방법이 무엇이냐, 이 역시 부지런히 해야 한다. 그렇다면 부지런히 하는 마음은 어떻게 지속하느냐, 마음을 확고히 하는 데 있다.”
 

    정약용은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는 황상에게 그 무능함이 오히려 공부를 하는 데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준 것이다. 스승의 말에 큰 감동을 받은 황상은 스승의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고 근면과 끈기를 가지고 공부하였다. 덕분에 그는 훌륭한 시인이 되었고, 정약용과 만난 지 60년이 되는 임술년에 스승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면서, ‘임술기(壬戌記)’라는 글을 지었다.

-KBS인사이트아시아 유교 제작팀,  <유교. 아시아의 힘>, 예담, 2007, 371-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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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선생은 학식만이 아니라 인격도 출중한 분입니다. 학생이 지닌 장점의 이면을 보면서 우쭐대지 않게 하고, 반면에 학생의 약점을 장점으로 보게하여 용기를 북돋아 주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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