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추기경님 맨 날 미워요...

인쇄

정병일 [jbi] 쪽지 캡슐

1998-12-09 ㅣ No.11

 

 

추기경님은 맨날 미워요...

 

저는 허락도 아니 했는데 연세를 마음대로 잡수셔서 어느날 갑자기 저희 곁을 떠나셨잖아요.

 

떠나시면 살그머니 떠나셔야지 무엇 땀시 크나 큰 구멍을 뚫어 놓고 가셨는지요. 겨울이 되니 그 구멍에서 너무 너무 찬바람이 들어와 모두 추워하고 있잖아요.  

 

그 추위가 어떤 사람에게는 교구가 텅 빈듯 하다고 느껴지게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명동이 텅 빈듯 하다고 느껴지게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겨울이 오지도 않았는데 이 겨울이 엄청 길다고 느껴지게도 한답니다.

 

낙엽이 뒹구는 교구청의 가을 마당을 보셨으면, 아마, 가을이 다 갈 때까지는 토요일 날 빗자루 질을 하지 못하게 하셨을 것으로 저는 믿어요.

 

그 믿음에 희망을 가지지 못하게 한 것도 추기경님께서 뚫어 놓고 가신 큰 구멍 탓이라고 저는 생각한 답니다.

 

추기경님께서 교구전산망 개통식에서 하셨던  "꿈 같은 일이 현실로 되었다"라는 말씀을  아래로는 모든 본당의 실무자들로 부터 위로는 모든 신부님 ,수녀님께서도 하실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추기경님께서 부처님 앞에서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의 사진을 보고 무척 감격했던 날이 어제 같은데 다시는 볼 수 없는 역사의 기록이 되고 말았지요.

 

가까이 계시지 않으시니, 아니, 저희가 게을러서 추기경님 가까이 뵙지 못함을 용서해 주세요.

 

그러나 추기경님의 소식에 항상 긴 안테나를 열어 두고 언제나 들리는 소식에서 추기경님의 건강하심을 느끼며 기뻐하고 있답니다.

 

이제 추기경님 영명 축일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옛날 아담과 이브시절처럼 추기경님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가난한 자들과  불쌍한 자들의 힘과 희망이 되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맨 날 미워서,추기경님께 드리는  편지가, 밉지 못한 그리움에 젖은 편지의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추기경님 미워요. 뚫어 놓고 가신 구멍이 너무 크잖아요...

 

운전면허 따시면  타이어에 또 구멍 내실 거예요 ???

 



42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