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성당 게시판

가슴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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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애 [jemma79] 쪽지 캡슐

1999-10-18 ㅣ No.710

안녕들 하시죠? 저번 주에 셤이 끝나구 이제야 숨을 돌리며 이렇게.. 사실 셤공부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니지만 그냥 셤은 부담스러운 것... 바로 저번주 셤이라 그나마 책을 보고 있는데, 어느 학생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어요.. 그 학생이 성당은 잘 나가냐구.. 요즘 안 보이는 학생이었기에 말끝을 흐렸죠... 그 후 그 어머니는 그 학생이 학교도 가끔(?) 결석을 해서 담임에게 전화도 왔다고 하더군요..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무슨 이유에서든 안 나오는 학생을 그냥 보고만 있어으니까요... 물론 제가 맡은 학년은 아니었지만 저와 무관한 학생은 아니었으니까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더군요.. 담임 선생님의 연락처를 가르쳐 드리고 끊었어요... 제가 변하고 세상에 물들어 가고 있는 동안 그 학생도 나름대로의 모습을 만들며 성장해가고 있었나봅니다. 저는 이제껏 학생들의 변한 모습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 것 같아요... 가끔씩 내가 아는 녀석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직접 보게될 때마다 그냥 믿고 싶지 않았었는데... 어제 누군가와도 얘기를 했었지만, 학생들이 변한다는 걸 인정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사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세월의 흐름 앞에서 저도 변하고 그들 또한 변하기 나름이니까요... 그래도 가슴이 아프고, 몸에 열이 나고, 손이 떨리는 이유는... 아마도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탓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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