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행복하고 싶어서 신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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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4-17 ㅣ No.3393

우리들 보통사람들에게는 4월과 5월은 1년중에 가장 바쁜 달이다. 결혼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얽히고 섥혀 살다보니 희망의 계절인 이 봄철에는

주일미사조차도 교중미사는 꿈도 못 꾼다.

나도 자식 키우지만 제발 주일만큼은 지킬 수 있도록, 그리고 맘 편히 쉴 수 있도록 혼인날 잡을 때는 좀 신경을 써서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요새는 평일날 저녁에 하는 결혼식도 많던데 분위기가 훨씬 좋았던 기억이 난다.

다음 식순에 쫓길 이유도 없고, 식장 분위기도 조용하고....

오늘도 두 군데를 그것도 12시, 1시반에 부지런히 쫓아다녀야 했으니 9시 학생미사를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여유롭게 미사전 20분 전에 입장하여 성체조배도 좀 하고 주보도 읽어보고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늘은 성소주일, 신부님께서 휴대용 마이크를 손에 잡으시고 학생들 쪽으로 가시며

"이 다음에 커서 신부 되고 싶은 사람 있어요?"하고 찾으셨다.

4,50명도 안되는 학생 중에 과연 있을까? 내 생각에는 아닐 것 같았다. 그러나 다행히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몇학년이냐 물으셨더니 중학교 3학년이라 했다.

"이 다음에 커서 수녀가 되고싶은 사람 있어요?"

이번에는 정말로 없겠지 했다. 그런데 의외로 또 손을 드는 여학생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장래희망을 물었지만 대답은 변호사, 교수 등등 각양각색이었다.

 

나는 왜 이럴까? 왜 신부 수녀가 될 아이들이  없을 거란 생각을 했을까?

내가 너무 세속에 쩔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우리 본당을 너무 폄하해서 그럴까?

내가 세속에 너무 쩔은 것은 그렇다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결코 우리본당을 우습게 본 건 아니다.

우리 답십리본당이 어떤 본당인가? 언젠가는 해마다 부제서품 사제서품이 연달아 있었고 때로는 부제서품과 사제서품이 연따블로 있어서 올림픽경기장이며 명동성당을 신이 나서 쫓아다니지 않았던가? 어디 그뿐인가, 수녀님들도..... 

 

그러던 우리본당이 근래에 와서는 서품이나 서원 소식이 뚝 끊어졌으니 아마도 그 실망이 커서 내생각이 없을 게다 여겼을 것 같다.

이어서 신부님께서 학생들에게 물으셨다.

"내가 왜 신부 될려고 했는지 알어? 일반 대학교 다니다가 군대 갔다와서 복학하여서 졸업반 때 취직문제로 교수님과 상담을 하는데, 내가 교수님에게 신부 되겠다 하니까 교수님이 대뜸 '신부가 뭐하는 거냐?'하시더군. 아마 내 머리가 어떻게 됐다고 여기신 모양이지 뭐. 여튼 남은 19살에 가는 신학교를 나는 27세에 갔으니까... 그런데 신학교 면접 볼 때 "왜 신부가 될려고 하느냐?" 물으시잖아. 그래서 그랬지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신부가 되려한다고.

어떤 사람은 "계시를 받아서 신부가 되려한다"했다가 그 사람은 떨어졌거든.

어쨌든 좋아, 이 담에 커서 여러분이 뭐가 돼던. 신부나 수녀가 꼭 안되어도 좋아

그러나 그런 꿈은 가져보는 게 좋아. 사람들 중에서 가장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신부거든(아직도 나는 그 말씀에는 100% 수긍이 안간다).

 

이 다음에 커서 결혼을 해서 훌륭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는 것도 성소(聖召)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장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신부가 되는 것이고, 가장 훌륭한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수녀가 되는 것이거든( 그 말씀 만큼은 120% 진실임을 나는 인정한다) 그런 자격이 없는 사람은 신학교나 수녀원에 가도 결국은 나오게 돼."

 

신부님께서는 그 외에도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많은 양식이 될 좋은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더는 옮길 재간이 없다. 다만 바라건데 우리 신부님께서 어제 토요일에는 이른아침에 장례미사까지 있었으니 혼자몸으로 그 많은 미사를...

그때마다 학생들이나 신자들이 꼭 마음에 담아야 할 좋은 말씀을 해주시려고 얼마나 기도하며 공부하실까 생각하면 정말로 죄스러워서, 나라도 좀 확끈하게 선교하여 신자 수를 팍팍 늘여서 보좌신부 한분 빨리 모셔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우리 원충연 라이문도 신부님 식복사도 없이 혼자 시장 봐서 잡수시면서도 가장 행복하시다 하시니 계속 행복하세요 하면 욕이 될거 같아서 인사는 접고.

우리 답십리 신자들 파이팅, 아자! 아자! 아자! 선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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