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2월9일 독서말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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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렬 [ysland] 쪽지 캡슐

2001-02-09 ㅣ No.525

인간이 타락하는 경위에 대해 오늘 창세기의 말씀은 여러가지로 숙고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사탄은 어리숙한 모습으로 인간의 교만을 충동질합니다. “하느님이 너희더러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하나도 따 먹지 말라고 하다는데 그것이 정말이냐?”

인간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축복과 경고를 모를 리 없을 사탄이건만, 마치 전혀 하느님의 메시지에 관해 거꾸로 잘못 알고 있는 듯이 말합니다.(전혀 맹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유혹당하는것은 상대가 뭘 모르고 무식해서가 아니라, 뭔가 잘못 알고 있다고 여긴 인간이 한 수 가르쳐 주려고 하는 데서 시작한다고나 할까요?

대개 창세기에 나오는 인간 타락이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교만에서 비롯되었다고들 하지만, 저는 그 전에 먼저 이렇듯 한 수 가르치려는 교만 때문에 유혹에 걸려 넘어졌다고 봅니다. 이 두 교만에 대해 굳이 비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뱀의 술수가 성서에서는 비록 두 단계로 간단히 나오지만, 작고, 어떻게 보면 그냥 넘어가기 쉬운 것에서부터 살살 강도를 더해 가면서, 그리고 조금씩만 교정하는 듯이 하면서 인간의 교만을 신에 대한 것에까지 높혀 간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작은 교만 큰 교만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가 유혹의 단계일 뿐이지요. 죄악 뿐 아니라, 창조된 모든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이 자기를 확장해 나가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부분에서 스스로 삼가야 하는 것이 참 많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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