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소박한 냄새가나는 본당의 날 행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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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3-06-28 ㅣ No.5031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산성당

우리는 원래 모두 村 사람들이었어요.

 

 

 

소박한 아름다움이 얼마나 멋집니까?

오늘날 어르신들은 왜 그토록 배고팠던 시절의 그 보리밥을 아직도 좋아 할까요?

우리 용산성당의 주변은 작금 화려한 마을로 변했지만, 再開發이 되기 前에는 서울의 달동네였습니다.

지금은 고밀도의 고층아파트 숲이 주변을 감싸게 되었지만, 불과 5~6년만에 이루어진 급격한 환경 변화입니다.

토착신자 보다 수십배 많은 새로운 신자분들이 전입을 오셨기에 이에 걸맞게 어쩔수 없이 우리 본당의 교육관도 새롭게 신축 단장 되었고 운동장도 이제는 여기에 맞추려고 고상한 주차장으로 만글어졌지만, 아직도 많은 옛 사람들은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다만, 오랜 문화와 전통만큼은 변하지 않길 바라면서 마음 한구석엔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또 빼앗겨 버린 착각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소외계층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린 왜? 자꾸만 옛날이 그리워질까요?

이는 그 속에 몸담고 사는 우리는 아직 村사람이기 때문이지요.

그저 주변이 아무리 변해도 아직은 때묻지 않은 영원한 村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성당이 깨끗해 졌기 때문이라는 이름하에 우리의 문화 행사도 거기에 걸맞는 아주 세련된 것만 추구하면 싫어집니다.

비록 힘이 들어도 햄버거 보다는 뭉셍이 떡하나를, 피자 보다는 녹두부침을 지지는 행사를 좋아합니다.

장작불에 지핀 국수가 얼마나 우리를 인간미 넘치게 만드는지 아시나요?

생채 칼에 감자를 갈 때에 손가락이 끌켜서 핏물이 들어가도  그 감자전의 맛은 최고였습니다.

그런 것들이 진정한 나눔의 잔치인데...

우리 식구끼리 즐기는 자리인데, 유명한 가수를 초대하면 그게 대수가 아니지요. 그저 멱따는 소릴 내질러도 우리 동네의 어르신 노래가 최고지요.

情과 사랑이 배어 있으면 우리 촌 식구들은 모두가 참가합니다.

개량된 세련된 한복을 입고 폼나는 사람들만 모여 있으면, 시장터의 옛 아줌마들은 머물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건 자신의 처지가 초라해 보여 왠지 쪽 팔리기 때문입니다.

본당 옥상에 신문지나 장판만 깔아 놓고, 여기에 막걸리를 앉아서 서로들 “주거니 받거니” 돌려가며 새로 이사온 이웃과 통성명하면서 마시는 그 잔치가 진짜 村 냄새가 폴폴나는 인간미 넘치는 사랑의 잔치입니다.

비록 주변의 환경은 고급화 되었지만, 우리네 이곳에 몸담고 사는 보통의 옛 사람들에게는 그저 소박한 가운데 편안하게 머물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구식이라 비웃을 것이 아니라, 옛날처럼 족구도 하고 또 배구도 하면서 젊은이가 많이 모이도록하면 참 좋겠습니다.

본당의 날은 바로 우리들의 잔치입니다. 보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지요.”

마치 “sports for all"을 부르짖는 생활체육처럼...

이제는 모두가 참여하여 스스로 즐기는 생활체육(사회체육)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것을 알려주고, 늙으신 어르신들에게는 옛 추억을 더듬께 만들어 주심이 어떨까요?

본당의 날에는 진짜 잔치집처럼 “아이들이 더 많이 뛰놀며 설치고, 사고를 쳐야 하는데...”

그래서 이제라도 감자전 붙이러 용마루에 올라 갈랍니다.

얼마간 동안이라도 옛 그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천천히 더 발전된 행사 그리고 변화를 모색하길 바라면서...



2003년 6월 28일

용문동 구역장 李 相卿 가브리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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