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성탄 자정미사....그리고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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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cellsi] 쪽지 캡슐

1999-12-22 ㅣ No.966

 

                        +  찬미 예수

 

안녕하세요?  임마누엘 리더 송 미경 율리안나입니다.

이번 성탄절 자정미사때 한푸름하고 임마누엘이 음악을 담당하기로 했죠.

’구노’의 장엄미사를 한다고 한푸름 지휘자가 정해서 저희에게 알려주었는데...

 

악보를 도저히 구할 수가 없네요.

피아노 반주가 들어있는 합창 악보는 국내음악사에서 나오기때문에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싸죠.

 

악보를 구하려고 악보를 따로 보관하는 국내 음대 도서관을 다 찾아보았죠.

잘 연주가 되는 곡이 아니라서 그런지...구할 수가 없네요.

 

흑흑....연습은 해야하고..날짜는 다가오는데...

 

우리나라 악보를 파는 가장 규모가 큰 음악사인 ’대한음악사’에 알아보았더니

스코어는 십만오천원, 파트보는 이십오만원이랍니다.

 

헉!~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스코어는 지휘자들이 보는 모든 악기의 악보가 아주 조그맣게

나온 책이죠.

핸드북크기로 나와서 전체적인 윤곽을 보는 악보이지 각 악기의 악보를 보기엔 너무

악보가 작은 그런 악보죠.

 

아무리 아무리 구해도 구할 수 없어서...고민 고민 하다가...

여차여차해서 스코어를 구해서 그냥 확대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악보를 각각 악기마다 종이에 붙여서 악보를 만들기로 했죠.-_-;

 

한명이 확대복사한 후에 한명은 각 악보를 칼로 자르고,그 악보들을 한명이 두개에서

세개의 악기씩 붙어서 악기별로 만들어 붙이기로 한거에요.

상상만 해도 엄청난 악보를 만드는 작업이죠.

 

지지난주 주일 4시부터 모여 다들 달라붙어 작업을 하고 여섯시 반까지 반도 못했기에 미사후

하기로 했죠.

 

그런데...그런데...악보를 자르는걸 맡고있는 은정이가...

’스윽’칼로 악보를 자르는 소리가 조금 강하게 났다 싶더니..

갑자기 ’앗!’ 하면서 손을 얼른 테이블 아래로 내리고...

높여진 칼과 자엔 빨간 피가 묻어있고....

은정이는 예비자로 얼마전부터 성당을 나오고 지금 예비자교리를 받고 있는 대학2학년의 전공하는

자매이거든요...

손을 내린 은정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은정이 바로 앞에 앉아있던 난.......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어요.

얼른 휴지로 감싼후에 보았더니 피가 줄줄 흐르네요.

놀라서 사무실에 뛰어갔습니다.

안젤라가 반창고하고 소독약과 가제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어쩌죠?....그런데...피가 안 멈춰요. 다들 얼굴이 하얗게 질렸죠.

디도신부님께 얼른 연락을 드려서 혹시 지혈제 있으신지 여쭤보라고..

덕현이가 부리나케 사제관에 뛰어올라가고.....

잠시후 놀란 신부님이 약통을 들고 내려오셨어요.

 

지혈제를 찾아 주셔서 뚜껑을 여는데..왜 그리 손이 떨리는지...

지혈제를 세번이나 뿌려서 겨우 피를 멈추었죠.

그때가 여섯시쯤이었나봐요.

 

예수의 데레사수녀님이 주신 연고를 바르고.....

저희는 정신이 나간채 그냥 미사를 보았습니다.

 

비가 왔고....나머지 사람들은 열시까지 마저 작업을 했습니다.

겨우 악보를 다 만들고 나와서 우리는 한차로 다니는데...

 

갑자기 앞차가 급하고 서고....우리도 끼익~~~~~~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성산대교 타기전길인가.... 지하철공사로 아래 철판을 다 깐 길 있잖아요...

저희차는 다들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하늘이 돈다싶더니....한바퀴 돌았습니다.

마침 그때 신호가 바뀌어 차들이 다 정차할때였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린 중앙선넘어 반대방향으로 차가 서있었습니다.

 

겨우 진정하고 우린 그자리에서 주모경을 바치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다들 무사히(?) 집에 도착을 하고...

 

그날 집에 와서 정신을 차리고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틀후 은정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병원에가서 꼬맸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너무 속상해서 다시 악보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가톨릭성가책에 많이 나오는 이름 ’최병철’선생님께도 전화를 드려보았고...

악보가 있으셨는데...8년전에 어느 성당에서 빌려가고 그때 분실이 되었답니다.

 

명동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는 강석희선생님께 부탁드려보았습니다.

석희언니와 통화가 된게 목요일아침. 그날 저녁에 부리나케 연락이 되었다며....

악보가 있으신 분과 연락이 되었죠.

 

86년에 혜화동성당에서 연주를 하셨답니다.

그때 지휘를 하셨다고....

내일 직장으로 찾아뵙기로 하고....

 

다음날 일산 대화역 근처 일산백병원까지 가서 만나뵈었습니다.

새벽에 찾아보니 악보가 현파트밖에 없어서 다시 여러군데 알아보셔서 악보를 갖고

계신 분께 연락을 드렸더니...귀한 악보 왜 찾냐...

연희동 성당에서 성탄때 연주할거라고 했더니....

그분께서 성당에서 필요한거라면..당연히 내어드려야지...

 

새벽에 이분께 가져다주셨답니다.

그러면서 먼곳까지오게해서 되려 미안하다고...

 

너무 감사한 마음에....흑흑..눈물이 나려고...

복사하고 며칠내로 돌려드리기로 하고....

 

지난주 토요일 오후에 모여 연습을 했습니다.

11시반까지 했죠.

고생해서 구한 귀한 악보를 가지고...

은정이 생각하며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주일 일찍 모여 다시 연습하고..왼손에 엄청 붕대를 감은 은정이가 왔습니다.

연주못해서 죄송하다며.....

그손을 보고 저흰 모두 울었습니다.

 

미사후에 성당에서 성가대와 한번 맞춰보고.....

저흰 교육관에 올라가서 또 12시까지 연습을 했습니다.

 

저희가 교육관 4층에서 연습을 해서...

아마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잠을 못 주무셨겠지만...

그리고 도마아저씨가 일찍 못 쉬셨겠지만....

 

저희 정말 너무 수고했고...며칠 남은 시간들 마저 열심히 연습할겁니다.

           

여러분들 자정미사보실때 그냥 듣지마시고...

저희들 고생한걸 생각하시고 들으시면...더욱 구노의 장엄미사곡이 아름답게

들리지 않을까요?

 

디도신부님!

저희 수고한다고 도시락 시켜주시고 커피도 주시고 악보때문에 많이 신경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악보를 빌려주신 신호철형제님과 새벽에 악보를 가져다주신 박**형제님.

그리고 그분들을 수소문해주신 석희언니..

 

무엇보다 손 꼬매면서 (더군다나 전공자의 왼손가락이니..거의 치명적이죠!!)

열심히 악보 만든 은정이를 비롯한 임마누엘 여러분...

 

정말 수고하셨고.....우리 성탄자정미사와 성탄저녁미사.

그리고 송년미사와 연이은 2000년 1월2일 저녁미사까지 무사히 마치도록 합시다.

 

임마누엘 여러분들 정말 수고하셨고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거 아시죠?

 

 

                     헉헉...읽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미리 인사드리죠.    MERRY CHRISTMAS !!

 

 

                             야옹~^...악보생각만 하면 정말 끔찍한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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