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5월 5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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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5-05 ㅣ No.62

05:50 -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그래서 일까? 그 어느때 보다도 더 평온해 보이는 듯하다. 몇몇의 한총련 학생들이

      일어나 세면하는 모습이 보인다. 10개 동의 천막은 아직 기척이 없다. 간밤에 어떤

      꿈들을 꾸었을까?

08:10 - 성당을 한 바퀴 돌아 보았다. 여기저기 누더기가 되어 있는 모습이 처량하다.

      신록은 점차 푸르른데... 성모동산의 꽃들이 서서히 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듯한데, 성당을 오르는 언덕은 5개월 전의 모습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아니 오히려 4개 동의 천막이 더 늘어 있다.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성숙하기 위한

      몸부림들이 있어 왔다. 이러한 모습들이 옳게 작용하기를 작게 기도해 본다.

09:00 - 요란한 굉음을 내며 계단 및의 수도 공사가 시작된다.

      인권 공대위나 한총련의 연락을 기다리나 아무 소식이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일까?

      오늘이 어린이 날인데 수도 공사 인부들은 오늘도 일을 하니......미안한 생각이 든다.

      성당측의 빠른 공사를 당부했기 때문일께다.

11:00 - 성당은 놀이 공원처럼 보인다.

      지하철 노조원들의 가족들이 맛난 음식을 싸들고 아빠를 보고자 이곳으로 모였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환하게 웃는다.

      '여기 놀이기구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아님니다. 이렇게 조용히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쁨니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는 것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성당을 또 한 바퀴 돌아보았다.

      여기저기 아빠의 어깨 위에 앉은 자녀들, 바쁘게 움직이는 엄마의 사진찍는 모습...

      참 평온하게 보이는데, 속으로는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12:00 - 인권 공대위로 여러번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휴일이니까?

      내일은 천막을 걷어 줬으면 좋으련만, 계단을 바보로 만들어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주위에 있던 형사들도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부인과 아이들에게 늘 미안해요. 상황이 생기면 몇 일씩 집에 있는 시간이 짧고,

      그만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없어요........'

      그들도 가족과 함께 하고푼 마음이야 굴뚝같은데........

      오늘 하루라도 아빠로서 자녀들에게 그 동안 못 나누었던 정을 마음껏 나누시기를...

20:00 - 결국 인권 공대위는 연락이 없었다. 그러나 내일이 또 있으니까....

      언덕 수도관 교체가 마무리 되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내일 일 마치면 대포나 한잔

      사겠다고 했다.

        이 게시판을 읽는 모든 분들도 늘 좋은 꿈, 아름다운 꿈을 간직하고 또 꾸고.....

      그래서 참 좋은 나라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로 지금 잛게 기도해주시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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