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뉴욕공연기 -중 -"인간 김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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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0-08-22 ㅣ No.1881

    김석주의 마음의 고향 엔젤 성가대

 

 아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여기서 우리를 초청해준 미국 리사 페이저(비퍼) 사장 김석주 안드레아씨 (미국 뉴욕 한인 유권자 센터 회장)에 대한 소개를 해야겠다.

 

 김석주 안드레아씨는 청량리 성당이 성바오로병원 옆에 있던 70년대, 엔젤성가대를 함께 한 우리의 친구이다. 전기기사 2급 자격증을 갖고 청량리역 앞에서 가전제품및 시계 수리포를 겸해 온 그는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았다.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 자란 그는 한때  자살을 생각할만큼 불우한 삶을 살아야했다. 삶에 지친 어느날 그는 무작정 근처에 있는  청량리 성당을 찾았다. 아는 이 하나 없는 성당에서 한 대학생을 만났다.초라한 행색의  그에게 맨 처음 관심을  갖고 따뜻이 대해 준 사람은 당시 엔젤 성가대 단원이었던  서울대 의대생 고영초 가시미로(현재 백병원 신경외과 과장)였다. . 김석주 안드레아는 고영초의 인도로 영세도 받기전, 미사 참례보다도 먼저 성가대로 인도되어 성가를 배우며  하느님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후 그에게는 성당에 나와 성가 연습을 하며  단원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때가 되었고 성가대원들에게 그의 시계수리포는  마음 편히  들러 노는 아지트였다. 안드레아는 이런 성가대가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한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2의 고향 뉴욕

 

 70년대 중반의 어느 추석 무렵. 경찰이 그의 시계 수리포에 나타나  떡값을 요구했다. 그가 말을 듣지 않자 장물아비로  몰았다. 경찰에 끌려가  며칠간 죄없이 심한 고난을 당했다. 경찰에서 풀려 나온 그는 이 땅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어렵게 마련해 몰래 수중에 지니고 간  6백불(당시는 이민자도 3백불 이상 갖고 나갈 수 없었다)과 전기수리 기사 2급 자격증이 그의 전 재산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정도의 검정고시의 학력에, 돈도 없고, 건강하지도 않은 그로서는 자신을 낳아준 고국 땅에서 더 이상 힘든 삶을 버틸 수 없어 새 삶을 향해 떠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민 간 지 25년.

 

 25년만에 그는 미국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이민자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작은 영웅으로 존경받는다.  이민자들에게 주는 수많은 상의 아시아쪽 수상자로는 늘 김석주씨가 뽑힌다. 뉴욕에 사는 많은 한국인들은 그의 수상이 너무나 당연하다며 그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이민을 와 기여를 해야  미국 한인 사회가 발전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증거이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그를 일으켜 세우고 키워준  땅-미국을 철저히 배우기로 했다.

 김석주씨는 "이곳에서 실패하면 더 이상 돌아 갈 곳이 없다"는 마지막 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밑바닥에서부터 파헤쳐 올라갔다고 한다.

 

 

 상당히 자리를 잡았다는 요즘도 그와  부인 테레사씨는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오전 8시에 출근해 밤 9시, 10시까지 몇가지 서로 다른 일들을 초인적으로 해 내며 뛰고 있다. 이것이 미국에 사는 한국 이민 가정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이다. 그들 부부의 하루 생활을 보면 서울에서 사는 우리들, 그리고 한국 주부들의 단조롭고 편안한 삶이 부끄럽기만하다.

그는 한국 이민자들의 실패 원인의 대부분은  "과거 한국에서의 나"에 갇혀 사는데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을 깨부수고 나와야 한다. 이민간 사회에서 이것 저것  가리다 보면  할 일이 없다.( 특히 전통적 가부장적인 가치관에  사로잡혀 살아온 한국 남성들의 현실 적응력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한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선뜻 낯선 세계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으니까 자연 한국인들끼리 가까이  모여 살게되고  비슷한 업종에 몰려 가격 경쟁등으로 이전투구 한다거나   얄팍한 수를 쓰다가 다같이  실패하고 만다.

 김석주씨는 겸손과 부지런함으로 정면 돌파하며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딛고  지금 미국 내에서 주목받는 통신 사업자로 자리를 굳혔다. 그는  대단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도 꼭꼭 "써"(Sir)라는 존칭을 붙여 가며 아주 친절하고 겸손하게 대한다. 인간 존중의  성실한 태도는 비록  인종과 피부 빛깔은 달라도  상대방에게 바로 전달되게 마련이다.그런 탓에 많은 미국인들이 그를 신뢰하고  찾는다.  김석주씨는  분명 백만장자(밀리어너)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뭉텅이 돈을  폼나게 이곳 저곳에 희사하는 일도 없다. 그러나 번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는 현명한 사업가임에는 틀림없다.

 

     히스패닉 어린이들 위한 리틀야구단 후원

 

그는  미국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아 문제가 되는  히스패닉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리틀 야구팀을 만들어 후원하고 우승까지 이끌었다. 지역 사회의 불량 문제 청소년들을 이끄는 각종 프로그램들을 지원한다. "물고기를 잡아 주기" 보다는 "잡는 방법 "을 가르쳐 줄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교육적인  안목을 갖고 프로그램에 지원 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 고객 관리의 한 방편"이라고 말한다. 사업에서 거둔 이익을 자신을 키워준 사회로 돌려 주어야 한다며  이것이 그를 키워준 사회와 "대화"하는 것이란 믿음을 갖는다.

 아는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이  쉽지 않음은  분명한데 그는 자신이 알고 옳다고 믿는 바를 그대로 실천 해 오고 있다.      

 

 

       40만명의 뉴욕 한인 동포를 위한 <유권자 1만인 운동>

 

"이민 와 뿌리 밖고 살려면 철저히 그 사회의 주류 속으로 들어가  기여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현재 재미뉴욕  한국 동포는 약 40-50만명이다. 열심히 일해 돈 벌어 꼬박 꼬박 세금 바치며 산다. 그러나 선거 때 선거인단에 끼어 투표를 하거나 정치에 참여하는 한국 이민자들은 극히  소수이다. 이렇다보니  2억 6천만명의 미국 인구중에  한국 이민자들은 이민 정책에서 전혀   배려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헌법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한다.그러나  이탈리아 이민자는 마피아의 조직원 쯤으로 여기고 유태인은 노랭이, 일본인은 경제 동물쯤으로 부르는  사회이기도 하다. 미국 사회의  15%을 차지하는 상류의  WASP(white - 백인, anglo saxon-영국에서 건너간 앵글로 색슨족,  protestant -개신교도)가 철저하게 여론을 형성하고  지배하는 사회-그 속에서  한국인 이민자들은  돈만 아는 일벌레  정도로 밖에 비치지  않는것 같다.

 

        

 김석주씨는  요즘 한국 이민자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뉴욕 한인 유권자센터>를 만들고 유권자  1만인 모으기 운동을 편다. 이민 1세대는 정신없이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2세 중에서  간혹 전문직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눈에 띄지만 정치 쪽으로  진출해야  지위 향상이 이뤄지고  주류로 대접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그가 한국인 유권자 자각 운동을 일으키니 미국의  정치인들이 한국 이민 사회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한인 -세금 낸 만큼 권리확보하고 미국 사회 주류가 돼야

 

 그는 엔젤사랑의 뉴욕 체류 일정중에 미국 정치인등과의 조찬회를  준비했다. 8월15일 화요일 아침 조찬회에 나온 이들은 뉴욕주 상원의원인 아이반 라파에트, 제임즈 리사 퀸즈 타임즈 사장 겸 정치가, 뉴욕 경찰의 부 청장  펑데위, 이 지역을 커버하는 115경찰대등의 주요 경찰 간부 및 동장등 퀸즈지역의 저명인사 10명이었다. 이날  김석주씨는 우리를 소개했고 미국내 유력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민간 외교를 활발히 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 우리는 준비해 간 선물을 주었다.그들은  답례로 "새로운 한국의 친구들을 사귀어 기쁘다"며 우리 성가대의 발전을 기원하는  내용의 글을 적어 일일이 사인하여 액자에 끼워 전달하였다.

 

 조찬 모임이 끝나자 거대 도시 뉴욕의 5대 지구중 하나인 퀸즈 지역를 커버하는 115 경찰대는  우리에게 버스와 패트롤 카로 이 지역을 한바퀴 시찰케 하고 경찰서 내부를 보여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날은 성모 승천 축일. 오후 1시까지 맨하탄에 있는  뉴욕 주교좌  세인트 패트릭 성당에서 축일미사를 드리기위해  가야했다. 우리의 바쁜 일정을 이야기하고 퀸즈지역 시찰 대신에 경찰서만을 돌아보기로 했다.  경찰서 안의 브리핑 룸에는 각종 현상 붙은 범죄 인물들의 전단과  마약 거래 조직의 동향을 파악하는 각종 정보들이 붙어 있어 마약과의 전쟁이 뉴욕경찰의 중요 임무중 하나임을 알게했다. 또 여성 학대나 어린이 학대를 방지하는 각종 자료들, 이외에  주민에게 경찰의 임무를 알리고  친근하게 접근하려는 프로그램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  경찰서장의 집무실은 크기나 시설등이 다른방과  다를게 없어 권위적인 우리의 관청들과 비교 되었고 기능 위주의  미국사회를 한눈에 느끼게 했다.

 

 김석주씨가 마련한 이런 행사들을 통해 자신의 세계가 세상의 전부라고 느끼고 살았던 우리는  짧은 뉴욕 체류 중에 시야를 넓히고 어떻게 세계와 호흡을 함께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미국 사회의 곳곳을 보다 가까이서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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