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성당 게시판

찝찝한 하루...

인쇄

김시우 [kimsiwoo] 쪽지 캡슐

2000-09-18 ㅣ No.1582

오늘 제가 동대문에서 경험한 일입니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동대문 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밀리오레 앞 길거리에서 한 꼬마가 엄마를 부르며 울고 있었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렸는지...

 

동대문 거리... 다 아시져?

 

사람들이 많아서 찡길정도 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중 아이한테 말을거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창피한 말이지만...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모른척 하고 아이를 지나쳤습니다...

 

아이는 계속 울고 있더군요...

 

얼마쯤 가다가...아무래도 걱정되어 뒤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아이는 아직도 울고 있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그냥 지나쳤습니다...

 

’애가 엄마를 잃어버렸나봐’ ’쯧쯧 불쌍해라’

 

이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제 옆을 스쳐가더군요...

 

많은 갈등을 했습니다...

 

애한테 가서 말이라도 해 볼까...

 

그러다가 부모님이 와서 유괴범으로 오인받으면 어쩌지...

 

경찰서에 데려다주면 되지 않을까...

 

혹여라도 귀찮은 일이 생기면...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러다가 저 앞에 경찰 2명이 오는것을 보았습니다...

 

이제 되었구나...

 

그러나...경찰마저도 아이를 그냥 지나칩니다...

 

아이도 경찰이 무슨일을 하는지는 알았나 봅니다...

 

경찰들마저 가버리면 끝장이라는 듯... 더 크게 웁니다...

 

그제서야 경찰중 한명이 아이에게 말을 겁니다...

 

조금은 안도한 마음으로 돌아섰습니다...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자마자... 저에대한 후회가 밀려옵니다...

 

왜 그 아이한테 말을 걸지 못했을까...

 

만일 아이한테 말을 건 것이 경찰이 아니라 유괴범이었다면??

 

그래서 뉴스에 그 아이 사진이 나온다면??

 

신자로서 정말 창피한 생각이 듭니다...

 

그 아이가 무사히 엄마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아이의 눈에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였을지...

 

그 아이가 앞으로 인간을 믿을수 있을지...

 

어른들에 대한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지...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

 

확실히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올림픽 우승이 아닌, 국민소득 만 달러가 아닌,

 

사랑이 넘치는 사회라는것을 오늘 새삼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베드로의 자기반성이었습니다...



2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