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일곱난장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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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남 [sien77] 쪽지 캡슐

2000-02-03 ㅣ No.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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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너머에 사는 일곱번째 난장이입니다.

 

아름다운 백설공주가 우리 집을 찾았을 때 앉았던 의자도 일곱번째 난장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스프도

 

일곱번째 난장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잠들었던 침대도

 

일곱번째 난장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꼬임에 넘어가서 문을 열어주고

 

숨이 막히는 코르셋으로 쓰러져 있을 때, 제일 먼저 그녀를 발견한 것도..

 

일곱번째 난장이 저였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독이 든 빗으로 머리를 빗고 쓰러져 있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가서 빗을 빼내 던져버린 것도 일곱번째 난장이 저였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숨을 멈추었을 때,

 

하루종일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목놓아 울던 것도 일곱번째 난장이 저였구요,

 

왕자님이 오셔서 그녀를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우리들의 공주님이라고 울면서 안된다고 말리던 것도..

 

일곱번째 난장이 저였구요,

 

기어이 친구들이 왕자에게 그녀를 내주었을 때,

 

짧은 다리로 숨이 헉헉 차오르도록 따라 쫓았던 것도..

 

일곱번째 난장이 저였구요,

 

더이상 왕자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가 휘청 떨어진 것도... 그 바람에 덜컹 유리관이 움직이고

 

그녀의 목에 걸린 독사과가 튀어나오면서 오랜 잠에서 깨어난 그녀가

 

’나를 구한 분은 누구신가요?’ 물었을 때,

 

차마 초라한 작은 몸으로 나서지 못하고 못나게 움츠려들었던 것도,

 

늠름한 왕자님이 씩씩한 목소리로’바로 저입니다, 아름다운 공주님.’

 

이라고 말하는 것을 유리관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면서 들어야 했던 것도 ...

 

일곱번째 난장이 저였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가끔씩 산너머 사는 일곱 난장이의 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공주를 사랑했던

 

일곱번째 난장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대는 누구의 일곱번째 난장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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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난장이의 사랑얘기입니다...^^

 

비록 아무도 그 사랑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사랑을 했던 일곱번째 난장이도... 그리고...

 

그 사실은 몰랐지만 ... 그런 사랑을 받았던 예쁜 공주님도 ....

 

너무 너무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더 행복하다고들 얘기합니다...

 

하지만....^^

 

내 것을 다 내어 주고 난 후...

 

하얗고 깨끗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내 안에 담을 수 있을 때...

 

그때의 그 벅찬 마음은 받을 때의 그것과는 많이 다를 것 입니다...

 

 

어렸을때는 동화책을 많이 읽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동화책을 읽지 않지요...

 

정작 어른들에게 동화책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내일부터 구정연휴가 시작됩니다...

 

모두들 연휴 자~~알 보내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주일날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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