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소금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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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blue038] 쪽지 캡슐

2000-02-25 ㅣ No.568

[ 소금인형아! 슬퍼하지 말아라! 눈물 흘리지 말아라!]

 

 

 

- 주인님!!! 저를 왜 이렇게 만들어주셨습니까?-

 

 

 

[ 소금인형아! 그건 널 사랑하기 때문이다]

 

 

 

- 저를 사랑하신다면 왜 저를 다른 인형처럼 만들어주지 않으셨나요? -

 

 

 

[ 그건 나에게 너는 특별하기 때문이란다 ]

 

 

 

- 특별하다고요? 특별한 삶은 괴롭군요... 슬프군요...-

 

 

 

[ 너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거란다 ]

 

 

 

- 평범한 삶은 사라지기 위해 태어나는 삶이 아니지 않습니까?-

 

 

 

[ 사라지기 위해 모든 것은 태어난다.. 그러나 언제 사라지기 보다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사라지는 게 중요하다]

 

 

 

- 그래도 사라진다는 것은 두렵습니다-

 

 

 

소금인형은 바닷물에 가까이 갈수록 서서히 녹아가고 있었습니다

 

소금인형은 슬펐습니다

 

진열장의 멋진 인형과 요셉노인의 아파트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된 별 인형

 

철거된 공소 구유옆에 있던 인형들, 그리고 자신이 처음 사랑을 느낀 벙어리 소녀의 인형들이 하나 둘씩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바다가 조금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자신을 바다로 떠나보내며 흐느껴 울던 밤뒤 마을 소년의 옷자락에 잠든

 

소금냄새같았습니다

 

 

 

그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소금인형아! 너는 사라지는게 아니란다

 

  너는 태어나기 위해 사라지는 거다

 

  자! 바다를 보아라!!

 

  너는 녹아 바다가 될 것이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깊고 푸른 나의 바다가 될 것이다]

 

 

 

- 그렇군요.......

 

 

 

소금인형은 마지막 남은 자신의 두 손을 곱게 모았습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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