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이젠 말하련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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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3-04-27 ㅣ No.2805

지금 막 청년 미사를 마치고 왔습니다.

언제나 청년 미사 때는 앞자리가 심하게 비어 있습니다.

제대 위에서 텅빈 자리를 보면서 미사를 하려니 힘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루 미사 4대를 해도 끄덕이 없던 제가 오늘은 힘이 없었습니다.

미사 중 주님께 얼마나 청했는지 모릅니다. 제게 힘을 달라고...

 

심하게 빈 그 자리가 오늘따라 제 가슴에 큰 구멍을 하나 만들어 놓는 것 같습니다.

사제와 교우분들간의 거리감을 상징하는 그 텅 비어있음이... 그 공허감이 마치 큰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꼭 닫혀진 문을 뚫고 들어가셨듯이, 제게도 그런 능력이 있어 닫혀진 교우분들의 마음을 뚫고 들어가고 싶습니다. 문 앞까지 갈 힘도 있고, 문을 두드릴 용기도 있지만, 아무런 기척이 들리지 않는군요.

예수님처럼 뚫고 들어갈 수도 없고...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냥 없나보다... 소극적인 자세로는 결코 그 본당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탁상공론식의 말만 오갈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 본당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사제를 아버지로 생각하지 않고, 본당 교우를 자기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본당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자식을 믿고 또 자식이 아버지를 믿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뭔가 해볼려고 함께 발버둥 칠 때, 그 본당은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이 ", 귀찮다..."하며 시쿤둥해져 있고 소극적으로 임하면 그 본당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잿빛 하늘아래 희망을 끌어올릴 수 없는 교회로 남고 맙니다.

 

지금 제 기분은 전장에 나갈려고 총과 총알 다 준비하고 대기중인데, 함께 전장에 나갈 사람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그런 기분입니다. 주님께서도 저 먼 옛날 갈릴래아와 예루살렘에서 복음을 전하실 때 이런 기분이 들었겠지요...

 

오늘에서야 전 처음 당신의 기분을 알 것 같습니다.

오늘에서야 전 당신의 가슴에 간진한 그 서글픔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 죄송할 뿐입니다.

 

이젠 예수님의 옆구리에 난 구멍자욱마냥 제 가슴에 난 커다란 구멍을 메꿀 생각을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주저 앉을 제가 아니지요! 악발이 근성과 깡다구 하나로 버텨왔는데...

누가 저 좀 일으켜 주시겠습니까?

 

월곡동 본당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격이 없을지 모르는 꼬마신부가 몇 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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