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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프란치스코: 새 교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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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26 ㅣ No.274

[새 교황 프란치스코] 새 교황을 말한다


■ 일본 나가사키 26성인기념관 관장 렌조 데 루카 신부(예수회)

스스로 답 찾도록 이끄는 지도자 

“그분은 훌륭한 지도자십니다.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이 스스로 길을 찾아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지요.”

일본 나가사키 26성인기념관 관장 렌조 데 루카 신부(Renzo De Luca·sj)는 교황 프란치스코를 훌륭한 지도자로 회고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루카 신부가 1981년부터 5년 동안 수련생활을 하고 있을 때 산미겔 철학신학대학 학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다.

신학생도 아니었고 이제 갓 입회해 신학교 인근에서 생활하는 수련자와 대학 학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깝게 느껴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루카 신부의 눈에는 아직도 그의 모습이 선하다.

그는 자신의 학생과 가난한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있었다. 120여 명에 이르는 학생들과 일일이 상담하고 학생들의 행사나 공부모임에도 참석했다.

대학 학장이었지만 주일이나 축일 등에는 인근의 가난한 공동체를 찾아가 미사를 주례했다. 또 가난한 지역 교회에 신학생들을 보내서 어린이 주일학교를 돕게 하기도 하고 새 교회를 짓기 위해 모금하기도 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데는 늘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래서인지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학교 접수처에는 당시 학장이었던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그 안에는 가난한 사람들도 많았다.

“취미요? 수련기간에 그분을 줄곧 뵀지만 그분 취미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애당초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인근에서 수련생활을 했던 루카 신부 역시 그를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는 루카 신부의 담당교사가 아니었음에도 루카 신부가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일본에 파견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 것도 바로 그였다.

루카 신부만이 아니었다. 다른 모든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스스로 그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조언하거나 책을 권했다.

특히 강의나 강론에서는 그의 탁월함이 드러났다.

“그분의 강론은 듣는 사람들이 다시금 곱씹을 수 있는 깊이 있는 강론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문맥에 따라 느낄 수 있도록 단어 선택을 하셨죠.”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도, 탁월한 설교도 훌륭했지만 그를 가장 빛나게 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기도생활이었다. 루카 신부는 성당에서 기도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는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기도하곤 했다. 그가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으면 그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성당에 들어와 기도했다.

루카 신부는 “수도자로서 질서있고 청빈한 생활, 기도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은 모든 사람의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온 교회가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굉장히 어려운 길을 걷는 그분을 위해, 그분께 받은 은혜를 기도로 보답하려합니다.”

1981년 예수회에 입회, 1985년 일본으로 파견된 루카 신부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26성인기념관 관장을 역임하고 있다.


■ 마리아 노에미 바스케스 수녀(위로의 성모 수녀회)

“가난한 이들 곁에 머문 분 … 검소한 생활로 정평” 

홀로 대중교통을 타며 이동하는 검소한 추기경, 모든 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겸손한 추기경, 늘 기도하며 성모님을 사랑하는 추기경.

한국에서 사도직 활동을 하는 아르헨티나 수녀, 마리아 노에미 바스케스(위로의 성모 수녀회) 수녀가 기억하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의 모습, 바로 교황 프란치스코의 모습이다.

“개인 차량도 이용하지 않으시고 옷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는 사지 않고 좋은 음식도 찾지 않는 검소한 분이세요.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음식을 먹는 자리에서 음식을 마다하지는 않으셨어요. 그 자리에 맞춰 자연스럽게 함께하시는 분이셨어요.”

그는 사람을 대할 때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의 높낮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를 만나든 어느 곳을 가든 태도가 바뀌는 일 없이 한결같이 행동했다. 화려하거나 강력한 말투를 사용하지 않고 천천히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건 잘 들어줬다.

하지만 해야할 말은 했다. 특히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야기했다. 1990년대 말에는 전국에 중계되는 대축일미사 강론을 통해 농촌을 위한 정책을 등한시한 대통령을 나무라기도 했다.

바스케스 수녀는 “부드러운 어조로 이야기했지만 단호함이 느껴졌다”면서 “누구도 대통령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강복 전에 당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던 모습은 그분이 주례하는 미사에 함께한 이라면 누구나 아는 모습이에요. 늘 기도생활 안에서 사시는 분이셨어요.”

그는 자신의 생일이 “성탄 전 9일 기도 시작일이라 외우기 쉽다”며 사람들에게 농을 던질 정도로 그와 기도는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는 밤늦게까지 사람들을 만나고도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고 홀로 매일미사를 봉헌했다. 특히 성모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강한 그는 루한(Lujan)의 ‘우리들의 성모 대성당’을 자주 찾아 기도했다. 그는 강론을 통해 “성모님은 나의 어머니”라며 “어려운 순간마다 성모님께서 함께 계셨다”고 말하곤 했다.

“남미에 큰 은총이에요. 교황님이 나신 것 자체로도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남미의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귀 기울일 거예요. 교회 전체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 최 베노아 수녀(성가소비녀회)

그분 삶 그대로 담고있는 교황명 ‘프란치스코’

“정말 하느님께서 마음으로 기뻐하실 분께서 교황님이 되신 것 같아요. 교황명이 프란치스코로 정해졌다고 들었을 때, 그분의 삶 자체를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최 베노아 수녀(성가소비녀회)가 교황 프란치스코를 떠올리며 말했다. 최 수녀는 그가 평소에도 성 프란치스코, 성 요셉, 성녀 소화데레사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1993년 당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교구 플로레스지역 주교였던 교황 프란치스코는 한국의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을 병원사도직활동에 초청했다. 그는 한국 출신 문한림 신부가 사목하던 알바레스병원에서 봉사하던 수녀회가 철수하자 문 신부의 고국인 한국에서 초청할 것을 권유했다. 최 베노아 수녀는 이때 파견돼 2004년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사도직 활동을 수행했다.

“한국 수녀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셨어요. 만날 때마다 ‘잘 생활하고 있느냐, 기쁘게 생활해야 한다’며 격려하셨지요.”

그는 한국 수녀들을 초청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녀들이 타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손수 기반을 닦았다. 공립병원인 알바레스병원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자격이 있어야 했지만 외국인인 한국 수녀들에게는 그 자격을 얻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주교였던 그가 직접 주지사를 만나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왔고 생활면에서도 많은 부분 신경을 써줬다.

또 수도회 설립 50주년을 맞던 1993년 12월에는 직접 주교관을 빌려주며 축하 케이크까지 준비해 줘 아르헨티나에서도 설립 50주년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길을 가다 멀리서 한국 수녀들이 오는 것을 보면 일부러 기다렸다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 수녀들은 말은 서툴러도 웃음으로 아주 훌륭한 선교를 하고 있다”며 “웃음은 복음적인 언어”라고 말하며 수녀들을 치하하기도 했다.

최 수녀는 “‘단 2~3시간을 일하더라도 환자들에게 밝게 웃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간단한 말씀으로 수도자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셨다”고 전했다.

“당신이 먼저 다가가시고 열려있으세요. 유머도 많으셔서 처음 만나는 사람도 긴장하지 않도록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 주셨어요.”

주교관 대기실에는 늘 사람들이 있었다. 그 대부분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었다. 성가소비녀회 관구장 수녀와 함께 그를 방문했을 때도 긴 기다림이 필요했다. 미리 약속이 돼 있었지만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어려운 사람이 찾아와서 이야기가 길어졌다”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정말로 소박하고 겸손하신 분이에요. 그분을 보면서 진정 목자가 양들을 위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가톨릭신문, 2013년 3월 24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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