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15년 7월 세나뚜스 지도신부님 훈화

인쇄

세나뚜스 [senatushp] 쪽지 캡슐

2015-07-29 ㅣ No.241

                                                        레지오 단원들이 본받아야 할 성모님의 영성


                                                                                                        손희송(베네딕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을 극진히 사랑하면서 성모님의 덕행을 본받고자 노력하는 신앙인입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와 친하게 지내면서 닮고자 할 것입니다. 성모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분과 친해져서 그분의 영성을 닮아 그분처럼 살도록 애써야 합니다.


1. 성모님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의 뜻을 순명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하고 응답하셨던 것입니다. 성모님은 이 응답으로 자신의 인생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뀐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순명하셨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임신한다는 것은 당시 사회 환경에서는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신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을 본받아서 자기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먼저 받들어야 합니다. 비록 자신의 계획이 바뀌고 손해를 보더라고 하느님의 뜻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이루게 하는 분(로마 8,28)이기에, 우리는 그분께 우리 삶을 통째로 맡길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의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안감 때문에 자신의 이익과 편리, 체면과 권리를 움켜쥐고 그것을 내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처럼 하느님을 굳건하게 신뢰하기 때문에 남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기꺼이 포기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십자가를 지는 삶입니다. 하지만 십자가의 끝은 부활이며 영광입니다.


2. 성모님은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가서 만나 감사와 기쁨의 노래를 부르십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6-48) 성모님은 소박한 시골 처녀인 자신을 하느님 아들의 어머니로 선택해주신 하느님의 큰 은총에 깊이 감사하며 크게 기뻐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큰 은총에 감사하고 기뻐해야 할 것입니다. 적지 않는 신자들은 자신들이 받은 하느님의 은총을 미처 깨닫지 못해서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침울한 얼굴로 자주 불평불만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달라야 합니다. 성모님처럼 자신이 받은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기쁨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진정한 신앙인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하느님 은총 안에 있다는 것을 굳건히 믿기 때문에 역경 중에서도 감사하며 기쁨을 잃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만이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얻어 선교를 할 수 있습니다

 

3. 성모님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당할 때마다 곰곰이 생각하면서 기다리셨습니다. 예수 아기를 낳으신 직후 목동들이 경배하러 오는 놀라운 일을 일어나자 성모님은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셨습니다.”(루카 2,19) 또한 12살의 소년 예수님을 잃었다가 성전에서 다시 찾아내고서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들었을 때에도 성모님은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셨습니다.”(루카 2,51) 하느님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크신 분이고, 그래서 그분의 뜻과 계획을 낱낱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성모님처럼 참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현대인들은 머리만 커져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신앙인은 달라야 합니다. 머리만이 아니라 마음도 넓혀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성모님처럼 곰곰이 생각하면서 거기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깨달을 때까지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참고 인내하면서 기다리는 사람만이 하느님의 깊은 뜻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 데레사 성녀는 인내로써 모든 것을 얻는다.’고 하였습니다.


4.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성모님은 잔치집의 어려운 사정을 잘 살피시고 도와주십니다(요한 복음 2). 당시 상황에서 혼인잔치에 술이 떨어졌다는 것은 손님들에 대한 큰 결례로서 혼주의 체면이 크게 손상되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취흥에 겨워 이런 난감한 상황을 몰랐지만, 성모님은 그것을 알아채시고 아들 예수님께 조용히 청을 드려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도와주십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처럼 섬세한 마음으로 다른 이들의 걱정과 어려움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남의 이목과 소문이 두려워서 자신의 걱정과 어려움을 털어놓기 힘들어합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있을 때 이웃의 말 못할 어려움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와줄 때 성모님처럼 조용히, 가능한 소리 안 나게 해야 합니다. 어려움 중에 있는 사람일수록 체면과 위신이 깎일까 두려워서 자신의 사정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런 마음을 잘 헤아려서 도와주되, 조심스럽게 조용히 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남을 돕는다고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고자 은근히 소문을 내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좋은 일일수록 유혹이 교묘하게 따라붙습니다.


5. 예수님이 부활하신 직후에 성모님은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공동체 안에 머무르셨습니다. 사도행전 114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자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 성모님은 온 마음으로 기도하는 분이었고, 공동체와 함께 하는 분이었습니다.

레지오 단원 역시 온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 교회 공동체와 함께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기도하는 사람은 늘 자신보다는 교회 공동체의 유익을 생각하고, 이해와 용서를 통해 화합과 일치를 추구합니다. 현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점점 더 강해져서 교회 안에도 갈등과 분열의 어두운 기운이 점점 더 짙어집니다.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을 닮아, 마음을 다해 기도하면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 교회와 함께하면서 교회의 일치와 화합을 이룩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일도 교회와 함께 해야 풍성한 결실을 맺습니다.


레지오 단원 모두, 특히 세나투스 평의원 여러분들이 성모님의 영성을 훌륭하게 본받아 성모님의 충실한 일꾼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 동안 레지오 마리애는 한국 천주교회의 성장에 많은 공헌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을 통해 우리 교회가 더욱 새로워지고 내적으로 성장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과분하게 주교의 직책을 맡은 제가 성모님의 영성에 충만하여, 겸손하고 기쁘게, 지혜롭고 용감하게 하느님과 교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를 청합니다.




59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