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삶 안의 악령들...그리고 그들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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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2-04 ㅣ No.1517

 

 

2002, 2, 4 연중 제4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마르코 5,1-20 (게라사의 미친 사람을 낫게 하시다)

 

그리고 그들은 호수 건너편 게라사인들의 지방으로 갔다. 예수께서 배에서 내리시자,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에게 마주 왔다. 그는 무덤에서 기거하였는데, 어느 누구도 더 이상 그를 묶어 둘 수 없었다. 쇠사슬로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여러 번 쇠고랑과 쇠사슬로 묶인 적이 있었지만, 쇠사슬도 끊고 쇠고랑도 부수곤 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휘어잡지 못했다. 그리고 밤이나 낮이나 노상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며 돌로 제 몸을 짓찧곤 했다.

 

그런데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는 달려와서 그분에게 절하였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쳐 말하기를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느님께 의지하여 당신에게 애원하오니 제발 저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하였다. 예수께서 그에게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거라"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이에 그분이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는 "제 이름은 군단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들을 그 지방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거듭 간청하였다.

 

그런데 거기 산기슭에는 (사람들이) 놓아서 치는 많은 돼지떼가 있었다. 더러운 영들이 예수께 간청하여 "저희를 돼지들에게 보내어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그래서 예수께서 허락하셨다. 이에 더러운 영들이 (그 사람에게서)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가니, 돼지떼는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리달렸다. 이천 마리쯤 되었는데 모두 호수에 빠져 죽었다.

 

그러니 돼지 치던 이들이 도망가서는 고을과 (촌락) 농가에 (이 일을) 알렸다. 그러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사람들이 알아보러 왔다. 예수께 와서는, 귀신들렸던 삶, (악령) 군단을 지녔던 그 사람이 옷을 입고 멀쩡한 정신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만 겁을 먹었다. (그 일을) 지켜본 사람들이 귀신들렸던 이에게 일어난 일과 돼지들에 관해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예수께 자기네 고장에서 물러가시기를 간청하기 시작했다.

 

예수께서 배에 오르시자 귀신들렸던 사람이 당신 곁에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지만 허락하시지 않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 집, 가죽들한테 가서, 주님께서 그대에게 행하신 일, 그러니까 그대에게 자비를 베푸신 일을 모두 알리시오." 그러자 그는 물러가서 예수께서 자기에게 행하신 일을 다 데카폴리스 지방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모두 놀랐다.

 

 

<묵상>

 

예수님과 수효가 많아서 군단이라고 불리우는 악령들 사이에 한판 전쟁이 벌어집니다.

 

악령들은 살아있는 사람을 다른 살아있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죽음의 세력입니다. 또한 악령들은 사람의 힘과 의지만으로는 도저히 휘어잡을 수 없는 엄청난 힘을 지닌 세력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세력들은 예수님 앞에서는 무기력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악령들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이들을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쫓아내십니다.

 

악령은 ’전설의 고향’에나 나오는 귀신의 모습을 한 무엇이 아닙니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귀신의 모습이라면, 악령을 쫓아내달라고 예수님께 매달릴텐데, 이 악령들은 우리의 마음 안에,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안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자기 안에 악령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 못하도록 무덤과 같은 죽음의 울타리에 우리를 가두어버리는 악령들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이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게 하는 악령, 남의 떡이 커보이게 하여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깔보게 하는 악령, 남이야 죽든 말든 나 혼자 배부르면 된다고 부축이는 악령, 남들은 무조건 잘못했고 자신만이 옳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악령, 무조건 이겨야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악령, 돈이 최고라고 믿게하는 악령, 크고 작은 성취를 위해 사람을 희생시키게 하는 악령,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악령, 정치는 정치인만의 몫이니 시민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고 떠들어대는 악령, 생태계를 파괴하고서도 일부 사람들만이라도 편안하게 살면 된다고 조장하는 악령들 입니다. 조금만 살펴보면 참으로 수많은 악령들이 우리 안에,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악령들과 함께 희희덕거리며 살아가다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라, 견딜 수 없는 쓰라린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그리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선포하신 복음은 우리 안에 있는 이 악령들을 들추어내고 이들을 우리에게서 쫓아내시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선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악령들에게서 벗어나야만 우리는 참으로 기쁜 마음으로 이웃과 하나되어 주님 안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있는 악령과 싸우실 수 있도록 예수님께 다가서야 합니다. 분명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알아보지 못한 악령들을 쫓아내어 혼자 사는 이기적인 삶의 상황, 즉 죽음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 즉 생명으로 이끄실 것입니다. 물론 악령들이 쫓겨나면서 우리 안에 수많은 상처를 내겠지만, 그럴수록 예수님께 다가섬으로서 완전하 새사람으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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