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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다, 삼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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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sso-long] 쪽지 캡슐

2000-10-20 ㅣ No.4832

 

★옛다, 삼천 원☆

 

남의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엄마는, 정오쯤 출근해 새벽에야 들어오십니다.

전 항상 엄마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잠이 들었고,

아침에 제가 학교 갈 때는 엄마가 주무십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엄마랑 저는 서로 자는 모습만 보고 지냈답니다.

얼마전 일입니다.  낮 동안엔 맑았는데, 저녁 무렵이 되자 천둥번개가 치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우산을 가져 가지 않으셨을 텐데, 가져다 드릴까?’

 하지만 전 곧 걱정을 거뒀습니다.

일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엄마는 항상 택시비 삼천 원을 받아 오셨거든요...

하지만 지금까지 엄마는 한 번도 택시를 타지 않았고, 그 돈으로 제 차비랑 간식비를

데 주셨습니다.  그래도 그날은 비가 오니까 당연히 택시를 타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는 더 굵어졌고, 엄마 걱정에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 ’덜컹!’ 대문 여는 소리에

 

"엄마!"

 

 하며 달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모습이란.... 택시는 커녕 검은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온몸이 흠뻑 젖어서는 나를 쳐다보시는 겁니다.

전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 그게 뭐야! 택시비는 뒀다 뭐 하고."

 

그런데 엄마의 대답,

 

 "택시는 뭐 하라고..이거 쓰고 오면 되는데....글쎄, 지나가는 차들이

다들  앞에서 멈칫멈칫하더라. 내가 귀신인 줄 알았나 봐."

 

 하며 내 손에 천 원짜리 세 장을 귀한 것이라도 되듯 꼭 쥐어 주셨어요.

 

그래요, 엄마는 제 생각을 하며 택시비 삼천 원은 손에 꼭 쥐고

 당신은 비를 흠뻑 맞고 오신 거였어요...

 

그날 전 엄마가 씻는 동안 이불 속에서 입술을 꽉 물며 한참을 울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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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가 서울대 근처여서

난 새벽에 집에서 나오곤 했다.

 

겨울 깜깜한 새벽..눈이라도 내린 날이면

엄마는 대문 앞에 서서 손전등을 높이 쳐든 채

내가 걸어갈 멀리 언덕길을(우리 집이 좀 높아서^^)

비춰 주시고..손을 잡아 주셨다.  

 

삼양시장까지 다 내려오면 엄마를 깜깜한 어둠 속에

묻혀 버리고 전철역으로 걸어 갔었다.

 

손전등 너머...엄마의 작은 몸은 조금씩 사라졌지만

언제나 따뜻한 사랑으로 딸의 길을 환히 비춰 주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난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가 나를 지켜 준다는 것을....

 

시를 사랑하는 쏘롱*^^*

 

좋. 은. 하.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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