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2월8일 독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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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렬 [ysland] 쪽지 캡슐

2001-02-09 ㅣ No.526

창세기 2,21-22의 이 말씀은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남성들이 자기네의 여성에 대한 우월성을 입증하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주장되어져 왔다. 당연히, 너무나도 당연히 여성들은 남성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신학은 이 주장을 아전인수격인, 극히 치졸하고 조잡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서의 이 말씀은 여성이 남성의 머리도 아니고, 발도 아닌, 즉 평등한 존재임을 역설하는 것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가 서로에게 속해 있는 존재임을 알려주는 징표라고 여겨도 좋을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주제를 대하면 떠오르는 상념이 있다. 전에 군대에 있을 때, 진주 친구 한 녀석이 동기로 있었는데, 이 녀석이 툭하면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며 철저한 남성우월주의자임을 자처했었다. 하도 듣기 싫어서 거꾸로 상대해 주었다. "그래,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녀석에게 말해주었다. "남자는 하늘이다. 하늘이 무엇이냐? 땅에게 햇빛으로 덥혀 주고, 혹 너무 뜨거워지면 구름으로 가리워 주고, 때로는 비나 눈을 보내 땅을 적셔 주고. 그렇듯 땅에게 온갖 필요한 것들을 베풀어 주는 것이 하늘 아니냐? 과연 남자는 하늘이어야 한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그야말로 아낌없이 땅에게 건네 주는 것이 하늘이듯 남자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 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여자는 땅이다. 하늘이 내어놓은 그 모든 것들을 이용해서, 햇빛이면 햇빛, 비면 비, 그 모든 것들을 이용해서 온갖 풀과 나무, 기어다니는 것과 날아다니는 모든 것들, 한마디로 온갖 생명을 풍요롭게 피워내는 것이 땅이다. 거기에는 땅 또한 자기가 품고 있는 온갖 자양분들을 아낌없이 쏟아 붇는 지극한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 과연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다."

 

암컷과 수컷이라는 양성의 생명체에 대한 정의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같은 차원에서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쨋거나, 그 지독한 우월주의에 일침을 가하고도 싶고, 그 언표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가함으로써 나름대로의 과시도 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해석이긴 하나, 남성과 여성의 평등이 물리적인 평등이 아닐뿐더러, 창세기의 창조 설화는 하느님이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창조하신 이유가 서로 독특한 캐릭터, 혹은 탤런트로 드러날 뿐, 서로를 보완하고 서로를 살려줄주고, 더 나아가서, 더욱 풍요로운 생명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한 번 쯤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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