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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거리는 밤 -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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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희 [seongangela] 쪽지 캡슐

2009-05-19 ㅣ No.1658


 
 
 
더 없이 고운 어머니의 달 오월,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계절의 한 가운데서
붉은 빛의 울음을 토하며 떠난 친구들이 떠 올라
촛불을 밝혀 제사 상을 차리며 해묵은 옛글을 묵념으로 실어봅니다.
 
 
                                        _((()))_   
 
 
벌써 며칠 째인가?  
싸이클론이 덮친 미얀마의 정황을 짐작하고 발을 구르며
여러 곳에서 도울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그들이 밉습니다.  

피해 상황과 사망자의 숫자를 조작하고
거짓 뉴스를 내 보내며 원하는 것만 달라며,
도움을 거절하는 이나라의 군정부.  

잘못을 덮고 약점을 숨기려는 검은 의도는 어느 나라
누구를 막론하고 같은 냄새를 풍기는 것 같습니다.  

기막힌 일이지만 우리에게도 비슷한 날들이 있었습니다.  
아픈 기억은 그냥 지우자고 마음을 다잡고
약속한 기도를 핑계 삼아 컴퓨터 앞에 앉는 걸 피하며
며칠을 보냈는데...  어떻게 지우고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 해 오월, 이맘때 쯤이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전투 군의 잔인한 폭력 앞에
혼비백산한 빛고을, 광주의 선량한 백성들은
무력으로 짓밟히며 마지막 숨을 걸고서 울부짖었습니다..
 
눈가리고 아웅하던 전두환 최고 사령관은
정권 탐욕의 악령에 쒸웠던 걸까요???
그의 명을 받은 말단 군인들은 적군을
향해서도 안될 잔악한 총칼로,
지켜주어도 시원찮을 백성들을 장악하고
들고 나지도, 자유의사를 말하지도 
못하게 했던 악몽의 시간들을 피로 새겨 역사를 더럽히고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추치스런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
 
간신히 탈출한 사제의 기막힌 보고로
발을 동동거리며 숨을 몰아쉬던 어르신 추기경님의 가슴에는
올리브 동산의 피땀이 그대로 고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지...
서울에서 급히 달려간 성모병원의 의료진들에게
군부는 별일 아니라며 구조원들의 입성을 거의 무력으로 막아 
다시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들은
무릎조차 꿇지 못하고 서성거렸습니다.  
 
 
오늘 지구의 먼나라
미얀마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다는 아닐지라도 거짓으로 포장된 것,
인권을 군부 마음대로 휘둘러대는 것이 비슷해 보입니다.  

이제 막 지어낸 따끈한 밥을
입에 넣다가, 긴 줄 속에서 식량 배급을 기다리며
바라보는 아이들의 선량한 눈이 가슴에 콕 박혀  
아픔으로 번지는 파문을 밀어 내며 눈을 들어 창 밖을
맴돌다가 까칠거리는 속에서 작은 신음이 터져 나옵니다.  

연록색 아지랑이에 현기증 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손바닥 만큼 훌쩍 자란 잎새들이 어우러져 진한
녹음을 이룬 나무 숲! 아, 기적이로구나...기적을 눈 앞에 봅니다.

잿빛 주검에서 새 순이 나고, 어느 새 뒤안도 지붕도
덮어 버린 이 생명의 힘.
이 기적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살아계신 하늘이 어찌 아프지 않으랴
온 몸이 먹먹해집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비바람에 젖을 리 없음을
알건만 떨리는 햇살이 젖은 것만 같아
헤어드라이어로 말려드리고 싶습니다.  

가즈런히 돌아가는 우주 천체가 기우뚱
무너질리 없음을 왜 모를까마는 기우는 달님의 야윈 볼을 
자꾸만 귀 밑으로 땅겨드리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세상살이 흐르는 그의 섭리가 넘치거나 마를 리
없음을 능히 알면서도 제 감정의 폭으로 하늘을
저울질하며 우울한 역사에 편승하는 허망한 믿음이
가당챦고 죄스러워 당신의 눈물을 차라리 모른 척 하고 싶어집니다.

제 분수를 분별 못하고 세상을 가장 사랑하기나 한 것처럼
서성거리는 이 밤에 간절한 바램하나 가슴에 품습니다.

시신의 비린내 가득한 트럭의 밑바닥에서
흙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며 마지막 숨을 피눈물로
바친 광주의 그때 그 친구들에게,
그리고 상한 마음으로 한 줌의 식량을 기다리며
두 눈을 깜박이는
저 아이들에게 제가 먹는 따끈한  밥 한술
나누고저 합니다.
끝없는 세상의 아픔에 아직 눈물을 흘리시는 이여,
벌써 며칠째
망서리던 글을 띄우며,
어머니!
슬퍼하시는 어머니에게 조촐한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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