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누가 진짜?(마르코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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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2-26 ㅣ No.3879

그 때에 요한이 예수께 "선생님, 어떤 사람이 선생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 내는 것을 보았는데 그는 우리와 함께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았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말리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행한 사람이 그 자리에서 나를 욕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  마르코 9,38  --

 

.....

얼마 전 복음에서 마귀에 들린 아들을 고쳐주시던 예수님이 나오십니다.

 

그 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예수의 제자들이 그 아들을 고쳐주마고 큰소리 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사람들이 제자들과 다투고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탄식하시면 예수님은 모든 이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그 아이 아버지에게 "믿어서 안되는 일은 없다!"호통치시고 그 아이를 고쳐 주십니다.

 

그리고 넌즈시 자신들은 왜 기적을 행할 수 없었느냐고 민망스레 묻는 제자들에게

냉정히 말씀하십니다.

 

"기도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오늘 예수님은 또 다시 어리석은 제자들에게 일침을 놓으십니다.

제자들은 자신들 말고 예수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한 이를 고자질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제자들은 예수님이 뽑으셨다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듯 합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

 

목에 힘을 가득 주고..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에 힘도 들어 있었겠지요..

 

 

님이 정말 작고 보잘 것 없는 자신들을 뽑으신 이유/

님의 길을 따른다는 것은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누구나 따를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모든 이들에게 증명하시고자,

작고 볼품없는 자신들을 선택하신 것을 그새 망각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은 보라는 듯이 당신의 제자로 죄인도, 세리도, 천대받는 어부도..

반역적인 혁명당원도...모두 부르셨습니다.

 

겸손히 남을 섬기며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님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한다는 것은...

 

지식이 필요하거나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님에 대한 믿음과 겸손의 기도만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래서 유식한 이들을 데려다 편히 가르침을 하신 것이 아니라

무식한 제자들을 가르치고 가르치고...또 가르치시라 아주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한 말 또 하고 또 하는 예수님의 모습은 복음 곳곳에서..안타까이 드러나십니다.)

 

 

그러나 이제 제자들은 모두 다 잊고 있습니다.

드뎌 그들은 오늘 자신의 자리를 넘보며 흉내내는 이들을 예수님께 와서 고자질하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보시며 말씀하십니다.

" 나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제자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 돌려 말하신 듯 하지만..

그 속에 혹 이런 말이 하고 싶으셨을 것 같습니다.

 

내 이름으로 기도하는 이는

너희말고도 누구든지 아버지께서...함께 하신다.

 

내 이름으로 기도하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구한 이..

기적을 볼 것이다.

 

내 이름으로 기도하면 님이 응답하실 것이라고 믿는 이...

응답을 들을 것이다.

 

 

나의 제자라고 잘난 척하는 너희 말고도.......

어느 누구라도 나를 보고 아버지에 대한 믿음으로 구한다면 받고....

자신이 아닌,오로지 내게 영광을 돌리기 위해 내 이름으로 기적을 구한다면...

그는 기적을 보게 되리라..

 

 

너희같이 너희 자신을 내세우기 위하여 기적을 구하고,

너희같이 나의 행위를 보고 아버지를 믿는다고 고백한다면..

아무 것도 보지 못하리라..

 

 

일침...일침...

님은 우리 자신에게 그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님을 따른다는 것을 대단한 자부심으로 말하곤 합니다.

신앙을 무슨 나의 삶에 방패로 내세우곤 합니다.

 

신앙이 있기에 난 너보다 정직하며...

기도하고 있기에 난 너보다 착하며..

봉사하고 있기에 난 너보다...님에게 사랑받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사는 저에게,

 

님이 오늘 " 아니다~~!" 라고 못박으십니다.

 

 

지금 이 순간 님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님 앞에 나서지는 않지만...

자신의 가정이라는 삶안에서 충실히, 이웃에게 겸손히 ..

살아있는 불쌍한 숨은 예수들을  위해 바치고 봉사하는 이들과 함께 하노라 말씀하십니다.

 

님 앞에서 잘 보이고자 얼쩡거리는 시간을 줄여야겠습니다.

님 앞에서 더 이상 무식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숨어야 하겠습니다.

 

 

숨은 것도 보시는 님을 믿으며..

정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님의 이름으로 살고 싶습니다.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나의 모든 행위를 보며,

정말 사람들이 님에게 감사를 드리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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