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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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dykim77] 쪽지 캡슐

2000-09-05 ㅣ No.1722

여보,

 

어제 또다시 가슴을 치며 복통 할 소식을 들었소,

결혼한지 3개월도 안된 아주 착한 우리 교우 다미아노가 당신이 떠난 머나먼 길을 뒤따랐다오, 일주일 전만해도 성당에서 나를 알아보고 해말개 웃음짓던 그도 별안간 검은 띠의 사진 속에서 웃고 있구려.

 

정말로 고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아! 이 사람이 내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당신에게 전해주겠구나" 하고 열심히 연도 하였소, 그리고 또 그분의 마지막 가는 길을 따라 여러 교우와 함께 장지(葬地)에 다녀왔소.

 

여보,

며칠 후면 당신이 떠난 후 처음 맞는 추석이라오, 난 참으로 추석이 두렵고 난감하다오, 49제 제수(祭需)를 큰며느리와 준비하다 복 바치는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고 말았는데 이번 추석 제수를 또 나와 큰며느리가 준비해야 하니…

 

이게 말이나 되는 경우요?.

내가 당신의 제수를 준비하다니!

억장이 무너지는구려,

 

다미아노 형제의 장지(葬地)까지 따라온 어느 젊은 자매님 이야기,

 

"만일 자매님과 형제님의 경우가 바뀌었을 경우, 자매님은 더욱 견디시기 힘드시지 않았을까요?"

 

나도 백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오

"평생 처 자식을 위하여 고생만 하신 너희들의 불상하신 아버지"라고 자식들에게 말하는 것을 내가 보았으니까!

 

나는 한밤중이라도 분통이 터지면 혼자 당신사진 앞에서 술에 정신없이 취해보지만 술이란 입 근처에도 못하는 당신 아니오?, 더구나 섬세한 여자의 심정으로서 어찌 지금의 나보다 더한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겠소!

 

그런 것들 보다도 내가 외국에서 전화하면 어린 소녀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서슴치않던 당신 아니오! 어떤 때는 내가 먼저 "사랑" 하면 "Me Too!" 하며 전화통에 소리치던 당신의 쟁쟁한 목소리를 지금도 나는 생생히 기억하기에 위의 자매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오.

 

죽음이란 참으로 슬픈 것이구려, 환갑지난 내가 시도 때도 없이 훌쩍거린다는 것이 추해보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만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어찌하겠소. 그러나 다른 사람 앞에서는 억지로 이를 악물고 웃는 얼굴을 만들고있는 중이니 너무 염려 말아요.

 

며칠 후 당신이 누워있고 또 내가 누워있을 곳이 이미 마련된 그곳을 손녀딸들과 함께 찾을게,   

 

안녕

 

영원한 당신의 남편.

두영이로부터.

 

 

Doo-Young Kim

dykim77@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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