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교훈을 주는 이야기[랍비의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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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만 [1004mjm] 쪽지 캡슐

1999-12-09 ㅣ No.766

랍비의 선물

 

 

유명한 수도원이 어려운 때를 만났다.

전에는 그 수도원의 많은 건물들에 젊은 수도자들이 가득했고,

성당엔 성가소리가 울려 퍼졌건만 이제는 황폐화되다시피 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도로 은총을 얻기 위해 거기 오지 않았다.

몇 명의 늙은 수사들만이 발을 끌며 회랑을 오갔고 무건운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미했다.

 

수도원 숲 언저리에 한 늙은 랍비가 작은 오두막을 지었다.

그는 때때로 금식과 기도를 하기 위해 거기 오곤 했다.

아무도 그와 이야기를 해보지 않았지만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수사들 사이엔 이런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랍비가 숲을 거닐고 있다."

그리고 그가 거기 있는 동안만큼은 그의 신실한 태도에 고무당하는 느낌을 받곤했다.

 

하루는 수도원장이 랍비를 방문하기로 작정하고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아침 미사를 마치고 숲으로 들어가 오두막 가까이에 이르렀을때 원장은 랍비가 문 앞에서

환영의 표시로 두 팔을 내밀고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한동안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던듯했다...

두 사람은 오래 헤어져 있던 형제처럼 포옹한 뒤 주체할 길 없는 미소를 서로에게 지어보이며 거기 그대로 서 있었다...

잠시 후, 랍비가 원장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방 한가운데엔 성서가 펴진 채 놓인 나무 책상이 있었다..

그들은 성서 앞에 잠시 앉아 있었다..그때 랍비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수도원장도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울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맘껏 울어 보는 것이다. 두 사람은 길 잃은 아이들처럼 그러고 앉아서

오두막을 흐느낌으로 채우고 책상 머리를 눈물로 적셨다.

눈물을 멈추고 사방이 다시 고요해지자 랍비가 머리를 들었다.

 "제게 가르침을 바라고 오셨으니 가르침을 드리지요.

  하지만 원장님은 이것을 딱 한번만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후로는 아무도 이를 발설해선 안됩니다."

랍비는 원장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메시아는 여러분들 가운데 계십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랍비가 말했다.

 "이젠 돌아가셔야 합니다."

수도원장은 말없이 떠났으며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수도원장은 수사들을 집회실에 불러 모았다.

그는 ’숲을 거니는 랍비’에게서 받은 가르침을 글들에게 전하면 이 가르침을 결코 발설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는 형제들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말했다.

 "랍비는 우리 중 한 사람이 메시아라고 했어요!"

이 말은 들은 수사들은 깜짝 놀랐다.

 "무슨 뜻이지?"

그들은 자문해 보았다.

 "존 수사가 메시아인가? 아니면 마태오 신부님? 아니면 토마스 수산가?

  내가 메시아란 말인가? 대체 무슨 뜻일까?"

그들은 랍비의 가르침을 받고는 모두들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야길 다시는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사들은 서로서로를 아주 특별한 경의를 가지고 대했다.

이제 그들에겐 진심에서 우러난 온화하고 다정한 성품이 형성되었다.

그것은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금방 알아볼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 서로 마침내 뭔가를 찾은 사람들처럼 살았다.

또한 늘 뭔가를 찾는 사람들처럼 성서를 읽고 기도했다.

가끔 찾아오는 방문자들은 이들 수사들의 생활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오래지 않아 이 수사들의 신실한 생활로부터 은총을 받으러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왔고,

젊은이들은 다시 그 공동체에 들어오기를 청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랍비는 더 이상 그 숲을 거닐지 않았고, 그의 오두막은 쓰러져 폐허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을 충심으로 받아들인 원로 수사들은

어쩐지 아직도 그의 신실한 태도에 고무되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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