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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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2-03 ㅣ No.516

                      연중 제5주일(다해. 2001. 2. 4)

                                                제1독서 : 이사 6, 1∼2a. 3∼8

                                                제2독서 : 1고린 15, 3∼8. 11

                                                복   음 : 루가 5, 1 ∼ 11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학생들에게는 즐거웠던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라는 조금은 지겨운 시간을 가져야 하고, 엄마들은 아이들의 개학으로 해방을 맞이하는 듯한 한 주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왕이 교도소를 방문했더니 만나는 죄수들마다 자기는 죄가 없는데 억울하게 들어왔다면서 하소연을 하더랍니다.  누구 하나 자기 잘못으로 교도소에 들어왔다고 인정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맨 마지막 방에 있던 자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훌쩍거리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왕이 "너는 왜 고개도 못 들고 울기만 하느냐?"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죄수가 자기는 너무 큰 죄를 지은 죄인이기 때문에 감히 얼굴을 들어 임금님을 뵈올 수가 없으며 그리고 자기 같은 천한 죄인을 찾아 주신 임금님의 은혜에 너무 감격했다고 하더랍니다.  이때 왕이 신하들에게 호령을 했답니다.  "이 집은 죄 없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인데 웬 죄인이 저기 있느냐?  저 사람은 당장 이 집에서 나가게 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죄수는 그 날로 석방이 되었답니다.

  세상에 죄인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너나없이 모두 죄인입니다.  만일에 누구도 자기는 죄가 없다고 한다면 그는 거짓말쟁이요, 하느님을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죄인들은 대체로 세 가지로 분류가 됩니다.  첫째는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죄인들입니다.  그들은 속으로는 죄를 쌓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의인으로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자기 모순이 가득 찬 인생들입니다.  둘째는 자기가 죄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감추고 있는 죄인입니다.  창피하니까 우선은 숨기며 두려우니까 선뜻 고백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양심의 불안과 뉘우침 때문에 언제고 회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셋째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고백하는 죄인들입니다.  그들은 누가 뭐래도 자신의 죄를 감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줄은 알지만 숨기지 않고 죄인으로 판단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죄인의 분류에 속하는지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들입니다.  그러나 누가 더 큰 죄를 지었고 또 누가 더 많은 죄를 지었느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큰 죄라도 인정하고 뉘우쳐서 고백하면 순수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인생이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죄라도 숨기고 감추면 치사하고 비열한 인생이 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사야가 예언자로 불림을 받는 장면을 전해 줍니다.  거룩한 주님을 본 이사야는 자기는 입이 더럽고, 죄가 많기에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죽지 않고 천사의 도움으로 자신 있고 용기 있는 확신을 갖게 되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게 됩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교회를 박해하였던 보잘것없는 자신이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어느 사도보다도 열심히 예수님의 부활을 증거 하게 되었다고 강조합니다.  복음에서도 기적같이 많은 고기를 잡게 된 베드로 역시 죄인임을 고백하며 떨지만 곧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여 두려움을 사라지고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가게 됩니다.

  이사야 예언자와 바오로 사도와 베드로 사도는 자신들이 죄인임을 인정함으로써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게 되었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이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죄를 인정하고 뉘우쳐서 고백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완전한 사람을 부르시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불리움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죄인이며, 미천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해야 합니다.  우리를 불러주시는 주님은 죄로 인한 두려움을 없애 주시고,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시어 주님 앞에 합당하게 해주심으로 구원해 주십니다.  불리움을 받고 구원을 받은 우리는 이제 이 기쁨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자신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의탁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면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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