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대림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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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12-08 ㅣ No.2072

대림 제2주일(인권주일. 가해. 2001. 12. 9)

                                           제1독서 : 이사 11, 1 ∼ 10

                                           제2독서 : 로마 15, 4 ∼ 9

                                           복   음 : 마태 3, 1 ∼ 1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이런 날씨에는 포장마차에서 따끈한 어묵 국물에 가락국수 한 덩어리 말아서 먹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가락국수가 아니더라도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 아시죠?  그 영화 가운데 그레고리 펙이 오드리 헵번과 함께 로마 구경을 하면서 치르코 막시모 대 경기장에서 '진실의 입'이라는 둥근 대리석판에서 오드리 헵번을 놀리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 '진실의 입'이라고 하는 대리석판에는 플르비우스 신(강의 신)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데, 그 입에 손을 넣고 거짓말을 하면 플루비우스가 손을 삼켜버린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사실은 중세 때 일부 악덕 영주들이 자신들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이 진실의 입에 손을 넣게 하고는, 뒤에서 몰래 손을 자르게 했다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젊은 학생 때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시아인을 하나로, 지구촌을 하나로 만든다는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한다고 하던데 우리 나라에서는 어느 날부터인가 보신탕 집이 하나 둘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뒷골목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고, 포장마차와 노점상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그 이유가 외국인에게 혐오감을 주기 때문에 없애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길거리의 포장마차도 노점상도 모두 이리저리 쫓겨다녀야 했습니다.   내년에 월드컵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외국인들에게 혐오감을 줄지 모른다고 포장마차니 노점상, 보신탕 집을 다시 치운다고 합니다.  다시 이리저리 쫓고 쫓기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가끔 우리 나라를 보면 웃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외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나라 국민의 생존권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어이가 없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아니요, 모든 나라 사람이 그런 것도 아닌데 프랑스의 어느 하찮은 여배우의 말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 실망이 큽니다.

제가 유럽에 성지순례 갔을 때 그곳 프랑스도, 스페인도, 이탈리아도, 로마시내에도 모두 포장마차뿐 아니라 집시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피자든 햄버거든 포장마차에서 사먹는 것이 더 맛있다고 가이드가 소개 시켜줄 정도였습니다.  중국을 갔을 때는 돼지고기를 리어카에 싣고 다니며 그 자리에서 다리한 쪽 뱃살 한 근을 잘라서 파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다수의 서민들이 즐기고 애용하는 것이 문화입니다.  이 서민들이 주머니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포장마차나 싸고 쉽게 물건을 구할 수 있는 노점상이나, 모두는 아니더라도 많이 즐겨먹고 있는 보신탕을 외국인들에게 떳떳이 보여줄 수 있는 진실한 모습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보이기 위해 생존권을 빼앗는다면 그것은 국가가 인권을 저버리는 행위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라고 외치며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위선을 꾸짖습니다.  진실을 은폐한 그들의 행동에 일침을 가하는 것입니다.  주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회개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거짓된 얼굴과 행동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이는 데서 회개는 시작됩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완벽한 '척' 하다가는 진실의 입에 넣은 손이 어느 새 잘려 나갈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고 회개할 때 오늘 제1독서와 제2독서에서 말하는 하느님 나라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노자는 "나에게는 세 가지 보배가 있다.  자(慈), 검(儉),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능히 만물과 조화를 이루고 만물을 기를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남들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하고자 하는 자애로움, 만물이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움을 위해 이기적인 욕망을 줄이는 검소함, 만물이 앞서거나 뒤서는 것 없이 함께 어깨동무해서 살아가는 근원적인 평등함(불감위천하선)을 가지고 있으면 조화를 이루고 만물을 기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회개하지 않고는 하느님 나라를 증거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우리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면서 서로 서로 자애로움과 검소함, 그리고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살아가는 한 주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이에게 하느님 나라를 맛보게 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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