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마주보는 찻잔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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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3-04-17 ㅣ No.288

                

               

우리 서로

마주보는 찻잔이 되자

각자의 빛깔과 향기는 인정하면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아줄 수 있는

꾸밈없는 순수로 서로를 보는

블랙의 낭만도 좋겠지만

우리 딱 두 스푼 정도로 하자

 

첫 스푼엔

한 사람의 의미를 담아서

두 번째엔 한 사람의 사랑을 담아서

우리 둘 가슴 깊은 곳에

가라앉은 슬픔이

모두 녹아져 없어질 때까지

서로에게 숨겨진 외로움을 젓는

소중한 몸짓이고 싶다.

               

쉽게 잃고마는 세월속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조금씩

식어가고 있겠지만

그때는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것 만으로

모자람 없는 기쁨일테니

우리 곁에 놓인 장미꽃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우리를 부러워할 수 있도록

언제까지나 서로를 마주보는

찻잔이 되자

 

각자의 빛깔과 향기는 인정하면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아줄 수 있는...

서로에게 숨겨진 외로움을 젓는...

언제까지나 서로를 마주보는 찻잔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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