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교회사 속 세계 공의회 2부] 11. 교회헌장(상)

인쇄

창5동성당 [chang4] 쪽지 캡슐

2012-06-09 ㅣ No.5237

[교회사 속 세계 공의회 2부] 11. 교회헌장(상)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하느님 백성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이하 교회헌장)은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과 함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헌으로 꼽힙니다. 준비 단계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교회헌장은 열띤 논쟁과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제3회기 마지막 날인 1964년 11월 21일 압도적 지지(찬성 2151, 반대 5)로 통과돼 공포됐습니다. 헌장은 전체 8장 69항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1장은 '교회의 신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1~8항). 교회는 신비입니다. 교회는 인간들로 이뤄져 있지만 또한 신적 기원을 지니고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적 조직이지만 또한 영적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이런 신비를 잘 나타내는 것이 '그리스도의 성사' 또는 '그리스도 안의 성사'(1항)라는 표현입니다. 성사(聖事)란 한 마디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 은총을 전달해주는 볼 수 있는 표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성사'라고 하는 이유는 하느님 은총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충만히 드러났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은총이 교회를 통해 드러나고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성사인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 사업을 세상 끝날까지 수행해야 할 사명을 지닙니다. 그것은 교회가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요 도구"(1항)로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어 시작하신 하느님 나라의 표징으로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완성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갑니다(5항).
 헌장은 교회의 신비를 설명하면서 교회를 구세사의 관점에서 이해합니다(2~4항). 교회는 세상 창조 때부터 예표됐으며, 구약 역사에서 오묘하게 준비됐습니다. 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심으로써 볼 수 있는 공동체로 시작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께서는 이 교회를 끊임없이 거룩하게 하시고 새롭게 하시며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이렇게 교회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로 모인 백성"(4항)으로 나타납니다.
 헌장은 이어 양 우리와 문, 양떼와 목자, 하느님의 밭, 포도나무와 가지, 그리스도의 신부, 천상 예루살렘 등 성경과 성전에 제시된 다양한 교회 표상들을 언급하면서(6항), 특별히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표상에 주목합니다. 사람 몸의 지체가 여럿이지만 모든 지체가 한 몸을 이루듯,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신자들을 지체로 하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7항).
 그런 다음 헌장은 아주 의미심장한 선언을 합니다. 곧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가 "베드로의 후계자와 그와 친교를 이루는 주교들이 다스리고 있는 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한다"(8항)는 것입니다. 이 표현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톨릭 신앙에 대한 정체성 혹은 자긍심을 갖도록 해줍니다. 그러나 이것이 갈라진 다른 그리스도 교회들을 배척하거나 열등하게 여기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헌장은 바로 이어 "가톨릭교회 조직 밖에서도 성화와 진리의 많은 요소가 발견되지만 그 요소들은 그리스도 교회의 고유한 선물로서 보편적 일치를 재촉하고 있다"(8항)고 밝힙니다. 말하자면 다른 그리스도 교회들에 있는 진리와 성화의 요소들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리스도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갈라져 나간 그리스도 교회들에 대해 이전에 보였던 적대감에서 탈피해 개방성을 보이면서 교회 일치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헌장은 계속해서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는 기본 자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교회는 "현세의 영광을 추구하도록 세워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범으로도 비움과 버림을 널리 전하도록 세워진 것이다"(8항). 나아가 "자기 품에 죄인들을 안고 있어 거룩하면서도 언제나 정화되어야 하는 교회는 끊임없이 참회와 쇄신을 추구한다"(8항).
 제1장에서 교회의 신비에 대해 밝힌 교회헌장은 제2장에서 '하느님 백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9~17항). '하느님 백성'이란 표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새로운 표현이 아닙니다. 이미 성경과 성전에 언급돼 있는 오래되고 귀중한 유산입니다. 하지만 특히 중세 이후 교계 중심의 제도교회가 강조되면서 '하느님 백성'이란 표현은 오랜 세월 실종돼 버렸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경과 초대 교회 전통으로 되돌아가 '하느님 백성'이라는 표현을 되살려낸 것입니다.
 물과 성령으로 새롭게 난 모든 이는 한 하느님 백성으로서 똑같은 품위와 존엄을 지닙니다. 이렇게 하느님 백성이 된 신자들은 똑같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헌장은 이를 '보편 사제직'이라고 부릅니다.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은 사제들의 직무 사제직과 "정도만이 아니라 본질에서 다르기는 하지만…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다"(10항)고 헌장은 밝힙니다. '본질에서 다르다'는 표현은 보편 사제직과 직무 사제직이 품위나 존엄함에서 다르다기보다는 수행하는 사제직의 성격에서 다르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 견해입니다. 헌장은 또 사제만이 아니라 신자들도 예언자직에도 참여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신자들은 "특히 믿음과 사랑의 생활로 그리스도께 대한 생생한 증거를 널리 전함"(12항)으로써 예언자직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백성에 관한 2장에서 특별히 주목할 것은 "모든 이가 하느님 백성을 이루도록 불린다"(13항)는 사실입니다.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가톨릭 신자가 되고자 하는 예비신자와 비가톨릭 그리스도인까지도 하느님 백성인 교회에 결합돼 있다고 헌장은 천명합니다(14~15항).
 나아가 그리스도인은 아니지만 같은 창조주 하느님을 고백하는 이들 곧 유다교인이나 무슬림들, 또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 하느님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과 하느님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지만 하느님 은총으로 바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도 구원이 열려 있다고 헌장은 밝힙니다. "그들이 지닌 좋은 것, 참된 것은 무엇이든지 다 교회는 복음의 준비로 여기기" 때문입니다(16항). 요컨대 이 가르침으로 공의회는 '가톨릭교회 밖에서는 구원이 없다'는 이전 입장에서 벗어나 하느님 구원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음을 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이제 하느님 백성인 교회에게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 자녀로 삼는 선교 활동을 더욱 촉진하는 자극이 됩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신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교회를 무엇보다 '하느님 백성'으로 이해한다. 사진은 하느님 백성인 교회가 드리는 공동체 미사 전례. 【CNS】


출처 :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08241&path=201203


3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