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씌여진 게시판들을 훑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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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cmf005k] 쪽지 캡슐

1999-05-02 ㅣ No.59

씌여진 게시판들을 훑어보고 착잡하기 이를데 없읍니다. 제 자신 스스로 정치적인 상황에 걸맞지도 않고 조그맣게 일어나는 주변의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회피, 내지 중립을 지켜온 입장이자만, 여기서는 저의 생각을 한 마디 올리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읍니다.

 

중간 생략하고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성지라고 하는 곳은 단순한 기념공원같은 곳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곳은 현재의 역사만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 특히 나의 역사와 연결된 신앙의 선배들이 죽어서도 그 피가, 그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마찬가지로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지라고 불리운다면 그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진정한 민주화를 바라는 마음을 과거에 가졌던 일종의 선배랄까? 조상들의 피와 땀, 혼이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보통 성지순례라고 하죠. 성지에 가서 성지를 둘러보고 기도하고 나도 그 옛날의 그들과 같은 굳건한 신앙을 주십사 기도하고 피정하고 하죠. 지금의 농성사태라든가 그런 것은 일종의 그러한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어디 딴 곳을 가기보다 성지에서 하는 기도는 무엇인가 우리를 더욱 더 적극적인 분위기로 이끌어 줍니다. 하지만................

 

하지만, 보세요. 성지이기 때문에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자기가 코 푼 휴지를 함부로 버리거나 침을 뱉거나 합니까? 성지에서 기도하러 온 팀이 많거나 그 근처 인가가 많거나 할 경우에는 알아서 조용히 기도하거나 양해를 구하고 그것을 지켜주지요. 서로서로 지켜줍니다. '우리가 먼저 왔으니까 우린 큰 소리로 떠들어도 돼'. 라든가' 여긴 우리의 성지이니 우리 할 일은 해야 겠어', 라든가 ......그러지 않죠.

 

그리고 성지 주변에 사시는 분들도 그 곳이 성지라고 알려졌기 때문에 자기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자긍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동네엔 성지가 있어라'고요. 그리고 그런 곳은 동네 공원처럼도 사용하구요. 그래서 참 좋아들 하시죠. 그런데 그 성지때문에 무엇인가의 피해를 보게 된다면 어떻겠습니까? 없느니만 못하죠.

 

지금의 사태에 대해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농성을 하시는 것 자체는 반대 안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현시점에서 볼 땐 필요한 것이구요. 하지만 명동성댱은 성지로서의 의미를 두가지 가지고 있읍니다. 가톨릭의 성지로서, 또한 민주화의 성지로서...... 성지를 방문하는 사람들, 성지를 이용해서 자신의 신앙, 혹은 의지를 굳세게 하려는 분들, 등등.....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성지를 이용하시든 나만의 성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우리들 만의 성지가 아니라는 것,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읍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나와 우리가 아닌 생판모르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의 입장까지도 이해해 줄 수 있을때, 나도 정말로 그렇게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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