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그리운 사람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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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1-11-28 ㅣ No.3147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

 

서울 도심권 한가운데 용마루 언덕위의 산정상에 우뚝 서있는 예쁜 그림같은 작은 성전!

우거진 숲속에서는 한여름 매미소리가 요란하고, 아침이면 수녀원 닭장에서 숫탉이 목청을 돋구며 꽥~ 소리를 질러 새벽단잠을 깨우는 농촌같은 도시속의 성당!

무엇보다는 한강을 눈앞에 바라다 볼 수 있는 것은 답답한 도시생활에 쪄든 우리의 가슴을 확~ 뚫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

성전 뜰에는 성직자 묘역이 잘 조성 되어있어 마치 공원과도 같은 곳!

허나 언제부터인가 초고층의 APT단지가 우리 성당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해서 왠지 조금씩 숨이 막힌다.

그러나 다행히도 1주일에 한번이라도 그곳에 가면 늘 그리웠던 정다운 이웃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주변을 에워싼 고밀도의 APT단지가 다소 답답했어도 우리는 정다운 이웃의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눌때면 그런것 쯤은 잊을 수 있었다.

그런디

좋은 APT에 살지는 못했어도 그간 인정이 꽤나 많았던 달동네의 아자씨와 아줌씨들은 점차 보이지 않는다.

많이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도 심신이 강했던 사람들...

비록 왕고집쟁이로 불리웠지만, 성실하기 이를데 없었던 사람들...

수줍음과 부끄럼을 유난히도 잘 타던 시골사람 같았던 어르신들...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느라 생업에 바쁜 그네들이지만,

주일날 온종일 성당에서 죽치기만 했던, 정 많은 사람들은 왜? 이제 점차 보이지 않을까?

 

성당에는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같은 친근한 사람들이 있어야만 더 가고 싶은 것인디...

하느님과 친하기 전에 함께 사는 이웃과 더 친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풀한 디자인의 멋진 옷을 입고 오는 분들만 많아서일까?

아니 세련된 말씨와 교양있는 행동으로 쩐을 쓰는 사람들만 모이기 때문인가?

컴퓨터와 인터넷을 말하고, 디지탈이 뭐 어쩌구 저쩌구하는 말을 해야만 끼일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인가?

걸어서도 쉽게 성당으로 올라 올 수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빵빵한 고급 승용차가 뜰을 가득 메워서 일까?

점차 날씨가 추워져 가는데...

곧 눈이 올터인데...

눈이 오면 성당뜰에 부르지 않아도 눈을 치우려고 자진해서 올라오는 옛 그리운 농심을 지닌 얼굴들이 보고싶다!

때묻은 손으로 소주잔을 건네도 그대로 받아 마시고, 행사때에는 국수를 삶는 솥을 걸고, 천막을 치고, GAS통을 설치하는 그 일꾼들이 보고싶다!

정많은 그리운 그 사람들이 모두 멀리 이사를 가지는 않았을 터인데...

미사후 총알같이 도망가지 않고, 그들이 잠시라도 머물게 한번 작은 모임 자리라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붙잡아 두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사후 커피 한잔 땡기는 좌석"을 맹그러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새로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가족으로 맞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만,

옛 사람들을 상처받지 않게 잘 보살펴 내식구로 만드는 것도 얼매나 중요한지 알아야 하는디...

사람들 중에는 나이가 먹을수록 더 어린애가 되는분도 있다는 사실을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한번 더 파이팅 바자회라도 하고, 또 신 구의 사목위원들이 한자리에서 쇠주한잔 했으면 얼매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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