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나의 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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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dykim77] 쪽지 캡슐

2000-08-24 ㅣ No.1652

나의 처 이야기

 

나에게도 아릿다운 색시가 있었지요

어느날 갑자기 그 아릿다운 사진에 검은 리본이 매달렸어요

모두들 그 사진을 보고 아깝다고 들 하더군요

하긴 한창나이 58세이니까요

그리고 미인이라고 들 하더군요

 

어제가 49제 라나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라던

두 손녀딸 중 하나는 초등학교도 않다니는데

이제는 (아무) 대신 저의 할머니 이름

"골롬바"를 넣고 연도를 곧잘 드리더군요

 

저는 무덤에 업디어 울고 또 울었습니다

복 바치는 서러움, 대상 없는 분노

"당신 어찌하자고 먼저 가버렸소?

나 혼자 어떻하라고, 당신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나, 당신은 알잖아!"

 

정말로 아릿다운 처였지요

그 꿈 많던 26세의 처녀가

이 못난 나를 남편으로 맞았지요

참으로 고생 많이 하면서도

참으로 못난 남편 하나만 믿고

불평한마디 없이 열심히 열심히

살았답니다.

 

명랑하게 살며 두 자식 열심히 키웠지요

이제는 두 아들 제 밥벌이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별안간 저 혼자 훌쩍 영원한 길로 떠나버렸어요.

나는 어찌해야 되나요?

 

사람들은 이제 잊도록 노력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내 목숨이 다 하여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내의 빈 자리는 너무나 크고

공허합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나를 살려 주겠지!" 하고

이 못난 남편 믿었을 내 색시,

이 죄인 어찌하면 좋을까요

 

저도 압니다,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꿈에서라도 용서를 빌려고

사진을 안고 잠을 청합니다만

꿈에서도 안보입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무당에게라도 가 볼까요?

내 색시가 그리도 귀여워하던 남이도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합니다.

걷지도 못하던 유미가 뛰는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귀여워 했을 까요

 

내 색시는

남이 부엌살림 만지는 것 싫어했답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숟가락 젓가락의 위치하나

바꾸지 못하게 합니다.

 

내 색시는

깔끔히 장롱을 정리하지요

그래서 지금도 나는

내 처의 양말조각 하나

못 버리게 하지요.

 

오늘도 나는

내 색시의 손때가 묵은 성가집을 들고

새벽 성당의 어두컴컴한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정말로 내색시가 보고 싶어요,

정말로 안타까워요,

죽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죽음이 기다려 집니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골롬바,  이, 정, 자.

 

 

 

첨부파일: 골롭바.jpg(3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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