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생각] 그대를 만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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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 [aramberries] 쪽지 캡슐

2000-07-15 ㅣ No.1236

가끔씩 낡은 다이어리를 뒤지는 일은

 

내게선 어린 시절 소풍 때의 보물찾기 보다

 

더더욱 설레는 일이다....

 

누렇게 바랜 종이,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손에 묻어 나는 오래된 먼지....

 

마치 영화 구니스에서 개구쟁이 소년들이

 

이상한 보물지도를 펼쳐보면서 각자의 꿈을 꾸었던 것처럼

 

그렇게 다이어리를 펼친다.....

 

어제 새벽, 또 한 장의 보물지도를 찾았다

 

이미 누가 그 보물을 찾아가버렸을 수도 있고,

 

아님 여전히 내가 그들을 찾아주길 기다리면서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을 지도 모르는 그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보물 지도.....내게 보물 같은 지도..... 보물 같은 사랑.....

 

 

그대를 만나면서..........

 

그대를 만나면서

하나의 길을 가는 것이

이렇게도 힘이 들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가 제 몫의 사랑을 찾아

젊은 날의 나이를 탕진하며 숱한 날 헤매일 때

그만큼 사랑의 길로 함께 동행하는 것은

온 몸으로 성숙하는 아픔을 깨우쳐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

 

어느 해 아흔 아홉 고개를 문턱에서

우리가 여읜 사랑을 이끌고 만났을 때

인연의 길은 기쁨만으로 채우는 것이 아닌,

아픔도 간직하는 길임을 알게 하나 봅니다

 

그대를 만나면서

참사랑의 진리는 아픔 속에서 오는 것임을,

하나의 길을 가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사랑만이 전부임을 깨우치게 합니다

 

아픈 것은 아픈 대로 사랑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 하나의 인연을 위해서는

아픔의 무게만큼 성숙해지는 사랑의 이치를

온 몸으로 뜨겁게 배우며 느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얼마나 떠돌아야 했습니까?

10대를 질러 20대를 바람으로 떠돌며

불장난처럼 저질러 버리는 그 숱한 사랑....

그 용서하기 힘든 만남 뒤에서 이제는,

담너머로 배운 진실을 깨우쳐야 합니다

 

생각하며 지나가는 것은

무지개 빛 사랑을 피우기 위해

천둥과 번개를 쳐댄

하나의 인연을 엮기 위한 아픔인 것입니다

 

아픈 것은 아픈 대로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기쁨, 슬픔, 희생, 감사

그것은 꼭 필요한 하나의 인연을 위하여

아니 눈물 흘리면서 뜨겁게 배우며

느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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