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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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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진 [twkedae] 쪽지 캡슐

2001-09-12 ㅣ No.2206

 

가을날

            -릴케 (Rilke, Reiner Maria, 1875-1926) -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시입니다.

가을이면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라는 시와 이 시가 떠오르네요.

가을이라는 계절을 인생에 연결지어 인간의 고독의 의미에 대해 표현한 시라고 랍니다.

여기서의 고독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과감히 받아들이고 즐기고

사랑스러운 고독이라 하네요.

농부가 포도가 익기를 기다리며 바라는 소박한 욕심, 또 그것을 베풀어 주신는 하느님..

인간의 고독... 그 안에서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 사랑을 느낄수 있는 그런 시인 것 같습니다.

 

올해는 가을이 짧다고 하네요.

남국의 따뜻한 햇살 같은 하느님 사랑안에서 늘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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