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그리스도 왕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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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11-25 ㅣ No.454

                     그리스도 왕 대축일(나해. 2000. 11. 26)

                                                제1독서 : 다니 7, 13 ∼ 14

                                                제2독서 : 묵시 1, 5abd ∼ 8

                                                복   음 : 요한 18, 33b ∼ 37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교회력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주일입니다.  교회는 이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기념합니다.  이 날은 예수 그리스도 생애에 있었던 어떤 사건을 기념하는 날은 아니지만 그리스도가 하느님 나라의 참된 왕임을 기억하고 선포하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는 왕(王)을 하늘(一)과 백성(一)과 땅(一)을 연결시키는(ㅣ)분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예수님이야 말로 참다운 왕이십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원래 하느님이신 분이(一) 인간을 위해서(一) 이 땅에 (一)오셔서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킴으로써(ㅣ) 영원한 생명을 주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빌라도는 예수님께 "네가 유대인의 왕인가?"하고 묻습니다.  빌라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팔레스티나를 식민지로 지배하는 로마의 총독으로 그 지역의 재판관이요, 군사적 통수권자였습니다.  그러한 빌라도는 유대인들의 종교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는 로마를 거스르는 정치 행위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빌라도는 예수님이 반란을 일으키려 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인 죄목을 예수님에게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예수를 고발한 유대인들이 기다리는 메시아는 하느님의 뜻을 현실적으로 성취하기 위해 정치적 권력을 갖춘 왕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메시아라고 생각했던 그래서 환호하며 맞이했던 예수님의 삶이 그들의 기대와 다르기에 그들은 적대감을 가지게되고 결국은 정치적으로 로마 총독의 손을 빌려 죽이게 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정치적 권력 다툼이나 인간의 종교적인 기대와 다른 왕을 이야기하십니다.  빌라도의 "네가 유대인의 왕인가?" 하는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바로 예수님의 왕권은 인간을 위해 스스로 내어주는 모습 속에 있으며, 고통과 악이 만연하는 이 세상 한 가운데에서도 하느님의 진리와 선하심이 끝까지 드러나는 것입니다.  인간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시고, 가장 낮은 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분, 죄의식을 심어주어 죄인을 만드시는 분이 아니라 죄에서 해방되기를 원하시며 용서하시는 분,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을 단죄하지 않으시는 분,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시기를 주저하시지 않는 분, 죽은 이를 살리시는 분입니다.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보여주시고 우리에게 따라오도록 요구하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합니다.  이는 권력을 행사하고, 화려한 궁전을 짓는, 사라져가는 왕직이 아니라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진리와 생명을 위해 일하는 봉사하는 왕직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더 이상 낮출 수 없을 데까지 낮추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는 겸손한 왕의 모습을 우리가 사랑하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며,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그리스도의 삶을,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했는지 생각해보고, 앞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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