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진정한 나눔을 배우게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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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주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 삶은 하얀달걀에 그림을 그리면서 부활을 느낍니다. 색색 그림을 넣어 그린 달걀을 색색셀로판지에 포장하면서 예쁘다 감탄하는 반장님들을 보면서 그분들 얼굴안에서 부활을 느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구석 구석 핀 목련이며 개나리, 산수유꽃에서 정말 우리에게 무한히 그저 주시는 그분의 은총을 마음으로 느끼며 부활칸타타가 울리던 날, 건조한 제마음에도 주님은 분명 오셨음을 느꼈는데...
오늘 제 마음한 구석은 갑자기 어두워집니다. 미카엘라할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작년 부활이맘때 달걀바구니를 갖다드렸더니 수녀님께 사탕바구니를 받았다고 환히 웃으면서 기뻐하시던 할머니, 움직이지 못하시는 한쪽몸을 겨우 추스리시며 소녀처럼 너무 좋아하시는 그 웃음을 한손으로 가리시던 할머니... 사실, 할머니집 이층에 살던 저는지난 8월 3단지로 이사를 왔거든요. 가끔 찾아뵙지만 그때마다 늘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렇게 반가워 하시던 할머니를 그새 제가 잊어버렸다니..
며칠전, 잘 움직이시지 못하는 몸을 가누며 저희집에 두번이나 왔었다기에 외로우신가보다 생각하며 점심을 사드리려고 모시고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이제 고등학생이 된 저희 아들에게 전해달라고 소중히 접은 봉투를 저에게 건네주는 겁니다. 그 봉투에는 곱게 곱게 넣은 2만원이 들어있었구요. 생활도 어려우신 할머니의 정성에 제마음은 그렇게 부끄러울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을 전해주시려고 그 불편한 몸으로 두번이나 저희집을 헛걸음하신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니 그동안 제가 그분을 위해 기도한것이 아니라 그분이 저를 기도하고 계셨으리란 생각이 들어 정말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오늘 또 저는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이 좋은 부할절날 , 저는 또 저의 수호천사이신 그분의 존재를 잊고 있었네요. 예수님 부활의 기쁨을 그분은 누구와 나누었을까요. 반장교육에서 수녀님이 우리 이웃의 어려운 분, 외로운 분의 존재를 생각하라는 말씀을 듣는순간, 그분 생각이 나서 갑자기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내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만 그분 생각을 하다니... 이건 분명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나눔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없이 웃음지으며 한 걸음 한걸음을 힘들게 디디시는 우리동네 천사님을 뵈면서 다시 이기적이고 무심한 제 마음을 반성해봅니다. 하느님, 저로 하여금 어떤 물질이나 여유가 아닌, 진실한 그분의 친구이며 가족이 될수 있도록 제 마음을 열어주시고 당신의 귀한 딸, 미카엘라 할머님께 부활의 축복을 가득 가득 내려주세요.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