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6번 이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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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11 ㅣ No.2352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9) 26번 이끌어 주소서 (상)


타이타닉호 침몰 때 울려 퍼진 성가

 

 

- 복자 뉴먼 추기경.

 

 

때때로 극심한 고통과 갈등 속에서 우리는 주님께 26번 성가의 제목대로 기도한다. ‘저를 이끌어 주소서.’ 성가 26번은 이런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는 성가이다. 이 곡의 원제목은 ‘Lead, Kindly Light’(이끄소서, 온유한 빛이시여)이다. 

 

이 곡의 작사가는 2010년 9월 19일에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시복된 복자 뉴먼(John Henry Newman, 1801~1890) 추기경이다. 영국 성공회 사제였던 그는 초기 교회의 가르침을 중요하게 여겨 가톨릭과 성공회 사이에서 중용을 취하려 노력하는 한편 영국 국교회의 쇄신 운동으로 여겨지는 ‘옥스퍼드 운동’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 운동은 가톨릭 전통을 중시하는 ‘고교회파(High Church)’와 개신교 전통을 중시하는 ‘저교회파(Low Church)’와의 갈등 속에서 영국 정부가 아일랜드 교구를 통폐합하려 하자 정부가 종교에 간섭하는 것에 반대하며 1833~1845년 옥스퍼드대학교 내 오리얼 칼리지의 젊은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펼친 운동이다. 

 

이 운동을 주도했던 뉴먼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가 유일하고 참된 교회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 뒤 1845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이 운동은 막을 내리게 된다. 그는 1846년에는 자신의 개종에 대한 비난에 대해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아폴로기아」(Apologia pro Vita Sua)로 자신의 개종 경위를 설명하면서 가톨릭에 대한 영국인의 편견을 불식시키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1851년 더블린의 가톨릭대학 학장으로 임명된 그는 1879년 레오 13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임명되었는데, 신학자이자 설교가, 시인이며 철학자였던 그의 사상은 영국 성공회뿐 아니라 가톨릭 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까지 이어지게 된다. 특히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인 프랭크 더프가 뉴먼 추기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레지오 교본에서 19회에 걸쳐 뉴먼 추기경의 저술을 인용하고 있어서 그를 ‘또 하나의 뉴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Lead, Kindly Light’는 복자 뉴먼 추기경이 1833년에 쓴 시다. 본래 3연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이듬해에 출판된 「Faith  Heavily Leanings」에 수록 발표되었는데, 후에 성가 ‘주여 임하소서’가 울려 퍼지던 가운데 침몰했던 타이타닉호에서 성공회 주교로서 공식 예배를 주례했던 비커스테스(Edward Henry Bickersteth, Jr., 1825~1906)가 4절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끌어 주소서’도 타이타닉호에서 불렸다고 전해진다. 

 

사실 이 성가는 두 개의 선율로 전해 오고 있는데 하나는 퍼데이(Charles Henry Purday ,1799~1885)가 작곡한 선율인 샌돈(Sandon)과 합쳐져서 1860년에 출판되었고, 다른 하나는 다이크스(John Bacchus Dykes, 1823~1876)의 선율에 얹혀서 ‘온유한 빛’(Lux Benigna)이라는 제목으로 1865년에 출판된 것이 있다. 

 

우리 성가 책에 실린 선율은 영국의 음악가이자 악보 출판업자이기도 했던 퍼데이의 선율이다. 1840년대에 영국 코벤트 가든의 한 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했던 그는 노래도 아주 잘해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식에서 노래하기도 했는데, 후에 출판업자가 되었고 저작권운동의 개척자로도 알려져 있다. [평화신문, 2016년 6월 12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9) 26번 이끌어 주소서 (하)

 

죽음의 공포 앞에서 희망을 준 성가

 

 

복자 뉴먼(J. H. Newman, 1801 ~1890) 추기경은 1833년에 ‘구름 기둥’(The Pillar of Cloud)이라는 시를 썼다. 이는 이집트 탈출 때 이스라엘 민족을 인도했던 하느님을 상징하는 그 구름 기둥을 말하는 것이다(탈출 13,21). 

 

후에 이 시를 가사로 하여 그 첫 구절인 ‘이끄소서, 온유한 빛이여’(Lead, Kindly Light)를 제목으로 하여 성가가 나왔는데, 26번 성가는 이를 번안해서 나온 성가이다. 이 성가는 간디가 즐겨 불렀다고도 한다. 힌두교도였던 그가 이 성가를 좋아했던 이유는 아마도 ‘하느님’이라는 직접적 표현보다는 ‘빛’이라는 객관적인 표현을 사용한 때문이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복자 뉴먼 추기경이 이 시를 쓰게 된 계기는 오늘날에도 전해지고 있다. 그가 젊은 사제였을 때 지중해 연안 여러 나라를 여행했는데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병을 얻게 되어 거의 3주 동안 여행이 지체된 일이 있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숙소에서 떠나기 전, 나는 침대에 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간호사 역할을 해주던 내 종복이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았는데, 단지 ‘영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배를 구하는 3주 동안 팔레르모에 머물러야만 했다. 거기서 어떤 예절에도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성당들을 순례하며 조바심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후 짙은 안개로 인해 보니파시오 해협에 갇혀 계속 항해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나는 어쩔 수 없이 마르세유를 향하던 배에서 내려 일주일 내내 꼼짝할 수 없었다. 잘 알려진 ‘이끌어 주소서’(Lead, Kindly Light)는 이때 썼던 것이다.” 이 시는 여행으로 인해 쇠약해진 심신으로 고향에 돌아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조바심과 짙은 안갯속에 갇힌 배에서 자신의 간구를 표현한 것이다.

 

“온유한 빛이시여, 주위를 둘러싼 어둠 가운데에서 저를 이끌어 주소서”로 시작하는 이 성가는 타이타닉을 비롯한 많은 비극적 사건들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전해진다. 일명 ‘불구덩이’로 불리는 1909년에 있었던 탄광 사고가 대표적이다. 영국 북동부에 있는 도시 더럼에서 2월 16일 폭발로 탄광 사고가 발생해 168명의 광부가 목숨을 잃었다. 이때 한 막장에 34명의 광부가 고립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신선한 공기층 덕분에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깜깜한 어둠에 갇혀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알 수도 없던 가운데 한 명이 이 성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더럼의 광부들은 퍼데이의 선율로 부르던 이 성가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온유한 빛이시여, 인도해 주소서’라며 다 함께 이 성가를 불렀다고 한다. 이 성가가 끝나기 전에 가디너라는 이는 부상으로 숨을 거두었고 몇 명은 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지만, 14시간이 지난 뒤에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았던 30명의 광부가 구출될 수 있었다. 26번 성가는 이처럼 많은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대표적 성가 중 하나이다.[평화신문, 2016년 6월 19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가톨릭 성가곡들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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