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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우리는 우리 아닌 누군가의 배경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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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주 [Laissez] 쪽지 캡슐

1999-10-16 ㅣ No.1509

제 친구가 저에게 주었던 좋은 글을 여려분께도 드립니다.

 

 

 

............................

"아저씨는 왜 바다로 가고 싶은 거에요?"

"나는 아무데도 가지 않는 걸"

강이 시치미를 떼면서 말한다.

"거짓말 하지 마세요.지금도 쉬지 않고 흐르고 있잖아요."

"물런 그건 맞아.그렇지만 바다로 가야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야."

은빛연어는 강이 엉뚱한 구석이 좀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없는 삶이 있을까요?"

"네 말대로 이유없는 삶이란 없지,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럼 아저씨의 삶의 이유는 뭔가요?"

"그건 내가 ,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야."

"존재하는 게 삶의 이유라고요?"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은빛 연어는 배경, 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언젠가, 나의 배경은 턱큰 연어야, 라면서

거들먹거렸던 연어들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그들은 툭하면 남의 먹이를 빼앗았고 힘자랑을 일삼았다. 그들은 연어 무리의 작은 법률이라도 되듯 행세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배경이란 늘 무섭고 어두운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배경이란 뭐죠?"

"내가 지금 여기서 감싸고 있는 것, 나는 여기 있음으로 해서 너의 배경이 되는 거야."

"아하!"

똑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누가 사용하는가에 따라 엄청나게 의미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은빛 연어는 알았다. 예를 들어 상처, 라는 말도 그렇다. 눈 맑은 연어의 등지느러미에는 불곰의 공격 때문에 입은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다. 그 상처는 찢어진 헝겊 조각처럼 너덜거린다.그 모습을 보고 다른 연어들은 보기 흉하다고 고개를 돌리기 일쑤다.

그들은 상처라는 말을 보기 싫은 흉터로 이해한다. 하지만 은빛 연어는 그 상처를 자신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두고 있는 것이다. 다만, 네가 아플 것 같아 나는 아프지 않을 거야, 라는 말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조금 알겠니?"

"네,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 주기 때문이죠?"

"그렇지."

"그리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요?"

"그렇지."

"그러면 연어 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인가요?"

"그래, 그렇고 말고."

강은 은빛 연어가 대견스럽게 여겨졌다. 은빛 연어는 물 속 뿐만 아니라 하늘과 대지의 이치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생갃깊은 연어였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이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안다는 뜻이다. 다만,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자연을 얕보는 지상의 인간들만이 그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강은 언제나 안타까워 했다.

"그럼, 나도 누구의 배경이 될 수 있겠네요?"

"네가?"

"왜요? 나는 너무 작아서 안되나요?"

"아니야."

"그러면요?"

"네가 너무 기특해서 그런거란다. 몸집이 커야 배경이 되는게 아니거든,

우리는 누구나 우리 아닌것의 배경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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