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사순? 사랑의시작(마태오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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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3-05 ㅣ No.3894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이제라도, 진심으로 뉘우쳐 나에게 돌아오너라. 단식하며 가슴을 치고 울어라.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고 너희주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

 

성전 현관과 제단 사이를 오가며 주님을 섬기는 사제들아, 울며 빌어라. "주님, 당신의 백성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당신의 유산으로 삼으신 이 백성이 남에게 욕을 당하지 않게 하시고, ’너희 하느님이 어찌 되었느냐?’ 며 손가락질받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요엘 2,12_--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오 6,1--

 

 

오늘은 사순의 시작입니다..

 

사순의 시작이란 결국 예수고난에 대한 묵상으로 그 분의 십자가의 길을 함께 지내고자 하는 열망의 시간이고..

결코 고통과 죽음, 진정한 회개가 없이는

새로운 삶, 부활의 구원이란 없다는 것을 매년 새롭게 각인하는 시간입나다.

 

오늘 독서의 말씀은 주 앞에 새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죄인들에게 보내시는 메세지 이십니다.

 

"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어라...."

 

오늘....저는 저의 어머니에게 이 말씀을 드리면서 울어야 했습니다.

슬퍼하고 있는 사랑하는 이에게 아직도 찢을 심장이 남았으니...

님앞에서 더 찢으라 말하면서...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

 

우리는 고해소에 들어가면서도...가면을 씁니다.

그 안에 계신 분이 하느님의 사람임을 망각하고는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 들을세라...개미만한 소리로 속삭입니다.

목소리만 속삭이는 것이 아니라...때론 마음의 꺼내야 할 것조차 속삭이며...

치장하기도 합니다.

 

찢는 척..찢는 척....하면서...정말 옷만 찢고 있습니다.

 

울면서 울면서 하느님께 기도하지만...

돌아서서 허탈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는 합니다.

 

아주 깊숙히....저 깊숙히.....나의 추악한 모습을 숨겨 놓고는...

행여나 나의 지독히 못생긴 속을 꺼내 보이면 사람들이 날 싫어하고 하느님이 날 싫어할세라....

차마 꺼내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숨은 것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모르실리 만무하건만...

왠지 둘 사이에 은밀한 비밀인냥...꺼내지 않고...묵인하자고 타협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죄를, 못난 모습을 치장하며 꺼내 보이고...용서받고 이해받고자 합니다.

 

......하느님은 너무나 완벽하신 분이십니다.

 

벌거벗은 최초의 창조인간이 옷을 입은 것에 분개하셨던 분입니다.

무엇이 부끄러워 가렸으며...무엇이 두려워 내 앞에서 몸을 감추어야 했냐며 따지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분 앞에서 좀더 예쁘게 치장하고 좀 더 잘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분이 진정 원하시는 것......

 

벌거벗은..

어린아이같은..

모든 것을 내놓고 고백하는 순진한 애인같은...

그런 우리 인간입니다.

 

.....실지로 우리 인간은 하느님 앞에 아주 작은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잘못이 자신의 추악한 본능에 의한 비겁함과 사악함에서 나오는 것임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어렸을 때나 가능할 지 모릅니다.

 

아무리 나쁜 자신의 모습일 지라도 나의 부모님은 다 용서해 주시고 감싸주실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부모님에게 의탁해야만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성인이 되면서...

우리는 신 앞에서조차 자신이 정말 어른이 된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도 거짓말을 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것처럼 잘난 척을 하고...

자신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신뢰감도, 의지감도 상실한 채....

세상을 살아감에 필요한 치장을 님앞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님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님앞의 어린아이임에도 말입니다.

 

님은....자신의 아들의 수난을 함께 동참하고자 하는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제발....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어라...

제발.. 나에게 잘보이기 위해 위선의 치장을 하지 말아라...

나에게 잘보이고 사람들에게 잘보이기 위해 겉치레는 벗어 벗어라...

 

우리가 어린아이에게 원하 듯..

억지스레 입기 원하지 않으셨고...

단식하길 원치 않으셨고...

고통스러워 하길 원지 않으시는 님이십니다.

 

당신이 주고자 하는 축복과 은총을 당신을 사랑하기만 하면 다 주신다 하셨던 분이십니다.

 

그 분이 오로지 원하는 것....

당신 사랑하기...어린아이임을 인정하기..

 

그러기에 ...당연히 숨기는 것이 싫으십니다.

당연히 독립적인 척, 잘난척도 싫으십니다.

 

 

많은 이들이 사순을 시작하면서 님앞에 약속을 합니다.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사십일 철야도 하고, 사십일 묵주기도도 하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그런 보이는 희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불에 대신 뛰어 들어 죽어도..

아무리 똑똑해서 님을 전파해도...

내 재산을 모두 나누어 주어도...

님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아무리....아무리 많은 것을 내어 놓아도 님은 갈증스러워 하십니다.

숨은 것도 보시는 하느님은

지금 비록 님을 향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철부지 어린아이일 망정....

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정 솔직함과 신뢰감을 드린다면...

....정말 예뻐하실 것입니다.

 

 

그 분은 정말 완전한 분이셔서....

완벽한 분이셔서...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으신 분이셔서...

오로지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

올곳게 당신께 바치는 몸과 마음임을....이 사순 시작하면..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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