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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복음화와 레지오 마리애...최창무 대주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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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현 [sandel07] 쪽지 캡슐

2010-12-29 ㅣ No.640

 

 

 Allocutio - January, 2011

"새로운 복음화"와 레지오 마리애

글. 최창무 대주교

 

   레지오 마리애는 1921년 아일랜드에서 설립되어 올해로 설립 90주년을 맞이했고, 한국에는 1953년 도입되어 도입 6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레지오가 없으면 본당 운영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복음 선교와 한국 교회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그러나 한국 도입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교회 안팎에서 레지오 쇄신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이제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어느 단체이든 올바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설립 당시의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레지오 단원들도 초심을 찾으려면 먼저 레지오 마리애의 설립 목적을 알아야 할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경제공황이 세계를 휩쓸던 1921년, 가난한 이들을 물질적으로 도와주는 빈첸시오 회원이던 프랭크 더프가 영적으로 빈곤하거나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사도직을 구상하고 남성들로만 운영하던 애덕사업에 여성들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되었다. 평신도 사도직으로서 선교활동에 대한 선례가 없던 당시에 레지오 마리애의 활동은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것은 ‘시대의 징표’를 읽어 낸 더프의 선각자적 자각에서 비롯되었으며, 이후 많은 평신도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불러 일으켰다.

   레지오 마리애가 한국에 전래되던 당시도 나라와 교회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다. 1953년 목포 산정동 본당에서 첫 주회합을 시작한 이래 전국으로 확산되어 ‘사제의 협력자’로서 교회 성장에 앞장 서 왔다. 어느 성당이나 부지런히 움직이는 레지오 단원들이 있었기에 본당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살아 움직여 왔다.

   레지오의 근본정신은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과 왕직에”(교회헌장 31항) 평신도로서 사제와 함께 동참함으로써 사제의 성사성이 고루 미치도록 해 주는 일이다. 이는 레지오 마리애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교회 안에서, 교회에 순종하며, 교회의 사목방향과 그 맥을 같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늘 드러나지 않게 아들 예수님의 길에 함께 하셨던 성모님의 영성을 따라 ‘사목의 협력자’로서 사랑의 실천에 매진하는 것이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회복해야 할 초심이라고 하겠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레지오 마리애 사도직이 교회 안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시대의 요구’를 읽고 그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이제 설립 100주년을 바라보면서 새롭게 발돋움하려면, 먼저 이 ‘시대의 징표와 요구’를 알아들어야 한다. 이 시대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의 만연으로 인해 생명의 질서를 이기심으로 어기고 있고, 자연과 이웃과의 공존이나 정의사회 구현 등 복음의 소중한 가치는 무시되고 있다. 경제논리에 의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생명의 기초인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등 죽음의 문화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셨다. “환경파괴는 흔히 장기적인 정책들의 결여나 근시안적인 경제 이익 추구에서 기인하고, 결국 이는 피조물에 비극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소명은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어놓는 일이다. 즉 생명의 복음으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존중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먼저 가정에서부터 생명존중이 실현되어야 한다. 부부가 서로를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존중하고, 자녀도 존엄한 인격체에 합당한 교육을 시키며, 친환경적인 먹을 거리와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적 생활, 특히 철저한 분리수거로써 진정한 ‘살림’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교회에서는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해야 한다. 이 시대의 새로운 복음화란 전통적 개념으로서의 ‘복음화’나 ‘선교’와 근본은 같지만, 새로운 열정과 새로운 시각,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표현이 요청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곧 교회가 복음화의 주체이신 성령께 순응하며, 시대적 표지를 읽고, 생명의 말씀인 성경과 친숙하여 열심히 봉독하면서 삶의 길을 밝혀 인간과 세상을 새로운 방법으로 복음화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복음화의 제일 주체는 성령이시지만 그 협력자는 교회 구성원 모두이며, 그 대상은 이 세상과 그 안에 사는 모든 사람이다.

   다음으로 사회에서도 이 새로운 복음화의 일환으로 교회의 생명에 대한 가르침을 각자의 위치와 역량에 따라 실현해야 한다. “교회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래서 교회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모두에게 주신 선물인 땅과 물과 공기를 보호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를 자멸에서 구해내기 위해 공공생활에서 그 책임을 행사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교황 베네딕토 16세)

   일부에서는 교회가 사회문제에 관여한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 사회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간의 생존도 위협받는 생명의 문제이기에 교회가 당연히 나서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먼저 스스로 복음화하고, 나아가 가정과 교회와 사회에 복음적 가치를 구현할 때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가 실현될 것이다. 이것이 이 시대의 ‘새로운 복음화’이다.

   전국의 50여 만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들이 레지오 설립 90주년이 되는 올 해, 분명하고도 확신에 찬 ‘새로운 복음화’를 살게 되길 바란다. 이러할 때 한국의 레지오 마리애는 양적 성장이 아닌 내실 있는 진정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며,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일상의 가정생활과 사회 상황 속에서 고유한 임무를 수행하며 복음 정신을 실천하고 누룩처럼 내부로부터 세상의 성화에 이바지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보여”(교회헌장 31 참조)주는, 빛과 소금이 되어 이 시대의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리라 확신한다.  

(레지오 마리애 월간지 2011년 1월호 9-13면 /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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