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듯이"
여기에는 '우리가 용서하듯이'라는 단서, 필요 충분 조
건이 붙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늘에 계신 아버지로
부터 오는 용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편 예수님은 우리가 먼저, 용서해야 할 사람을 전적으
로 용서하기를 바라십니다.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습니다.
"(남을)용서하시오. 그러면 어려분도 용서받을 것입니다.
(남에게)주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받을 것입니다.... 사
실 여러분이 되어주는 만큼 여러분에게 도로 되어 주실
것입니다."(루가6,37-38)
이 기도는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구하는 용서와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용서을 나란히 대
비시켜 놓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여기서, 우리는 남을 용
서해 준 그 만큼 하느님께 용서를 청할 수 있다고 가르치
십니다.
남을 완전히 용서한 사람은 하느님께 완전한 용서를 청할
수 있습니다. 남을 조금만 용서해 주었다면 그는 하느님
으로부터 그만큼의 용서만을 바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과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아버지와의 약속이요 계약입니다. 이 기도를 가
르쳐 주신 후에 예수님은 거듭 거듭 그 조건을 강조하십
니다.
"사람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용서하면 여러분의 하늘의
아버지께서도 여러분을 용서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
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아버지께서도 여러분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입니다."(마태5,23-24)
이 원칙은 우리가 다 잘 알고 있는 무자비한 종의 비유
(마태18,23-25)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제단에 바치는 예물모다도 형제간의 화해를 더 우위에
두셨습니다.(마태5,23-24)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용서를 청하는 이 기도는 우리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인
정하고 진정으로 뉘우치며 바로잡겠다는 다짐입니다. 참
다운 통회 없이는 이 기도는 무용지물입니다.
진심으로 참회한 사람이라면 다시는 그 잘못을 되풀이하
지 않도록 힘쓰며 그것을 고쳐 나갈 것입니다. 이는 자기
수양에 전심 전력하면서 동시에 하느님의 길을 따르는 모
습니다.
이러한 투신은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회심을 통해서
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