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4동성당

부활 제3주간 금요일 제1독서(사도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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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업 [rlawhddjq] 쪽지 캡슐

2020-05-01 ㅣ No.256

 

부활 제3주간 금요일 제1독서(사도9,1-20) 

사울이 길을 떠나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비추었다그는 땅에 엎어졌다그리고 "사울아사울아왜 나를 박해하느냐? " 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사울이 "주님주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자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예수다." (3~5)

 

사도 바오로가 다마스쿠스 도상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를 만난 사건이다여기 사도행전 9장 3절에서는 시간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사도행전 22장 6절에는 '정오쯤'이라고 시간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동족 유다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사도 바오로의 섬세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거기서 '정오쯤'으로 번역된 '페리 메셈브리안'(peri mesembrian; about noon)은 '가운데'를 뜻하는 '메소스'(mesos)와 ''을 뜻하는 '헤메라'(hemera)에서 유래한 '메셈브리아'(mesembria)가 시간(마태20,3; 마르6,48)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전치사 '페리'(peri; about)와 결합한 것이다.

 

자신의 회심 사건의 회고 가운데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사도 바오로의 상세한 보도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도행전 9장 3절에는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비추었다'고 되어 있지만사도행전 22장 6절에는 '큰 빛'이 번쩍였다고 나온다.

즉 하루 가운데 가장 강렬하게 태양이 내리쬐는 시간에 이 태양 빛보다 훨씬 강력한 '큰 빛'이 등장하였음을 말함으로써 초자연적 현상이 분명히 일어났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큰 빛이 번쩍이며 내 둘레를 비추었습니다.'(사도22,6)

 

사도행전 22장 6절에서는 그 빛이 단순한 빛이 아닌 '큰 빛즉 '포스 히카논' (phos hikanon)으로 되어 있다.

특히 ''(great)으로 번역된 '히카논'(hikanon)은 '충분한'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사도11,24; 19,26). 따라서 본절에서 언급된 '큰 빛'은 '많은 빛또는 '어마어마한 빛'(a great light)을 지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정오에 내리쬐는 태양 광선과는 명확히 구별되는 신적인 빛이 분명하다이 빛이 초월적이며 신적인 빛이라는 사실은 '갑자기'로 번역된 '엑사이프네스'(eksaiphnes)가 더욱 강조해 준다이 단어는 '갑자기'라는 뜻과 더불어 '뜻밖에', '홀연히'(suddenly)의 의미도 지닌다.

 

신약 성경에 사용된 5회의 용례 모두가 신적이며 초월적인 일들의 급격한 진입을 묘사할 때 사용되었다(사도9,3; 마르13,36; 루카2,13; 9.39).

따라서 사도행전 22장 6절은 태양과는 또 다른신적이며 초월적인 어마어마한 빛이 '갑자기바오로를 비춘 사실을 극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그런데 이 빛이 사도 바오로를 둘러 비추고 있다.

 

여기서 '둘레를 비추었다'로 번역된 '페리아스트랍사이'(periastrapsai)는 '주위에', '둘레에'를 뜻하는 전치사'페리'(peri)와 '붙들어매다', '고착시키다'를 뜻하는 '합토'(hapto)가 결합되어서 만들어진 합성 동사이다.

따라서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볼 때이 구절은 한낮의 태양보다 더 어마어마한 신적이며 초월적인 빛이 사도 바오로 주위를 빙 둘러싸고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를 전달해 준다.

 

'그는 땅에 엎어졌다'

 

이 구절은 사도 바오로가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만난 장면을 기록한 사도행전 22장 7절 ('나는 바닥에 엎어졌습니다')과 거의 동일한 표현으로서 신적이며 초월적인 빛에 압도된 사도 바오로가 엎드러져 부활하신 주님의 음성을 들었던 것을 회고하는 장면이다.

 

사도 바오로가 엎어진 이 사건이 바로 신적이며 초월적인 어마어마한 빛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엎어졌다'로 번역된 '에페사'(epesa)는 '떨어지다', '넘어지다', '엎어지다'의 뜻을 지닌 원형 '핍토'(pipto)의 부정 과거형이다.

이 단어는 사도 바오로에게 비친 큰 빛이 단순히 밝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신적인 힘을 가진 것이어서 그를 무력화시켰음을 시사한다.

 

"사울아사울아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사도9,4; 사도22,7)

 

동일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 사도행전 26장 14절을 보면, "그리고 나는 히브리말로, '사울아사울아왜 나를 박해하느냐뾰족한 막대기를 차면 너만 아프다.' 하고 나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히브리 말로'란 표현은 사도 바오로가 들은 음성이 당시 팔레스티나에 살던 유대인들이 일상 생활 가운데서 사용하던 아람어화된 히브리 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사도 바오로의 히브리식 이름인 '사울'을 두 번 부르는 이중 호격을 사용했다.

 

신약 성경 가운데서 예수님께서 반복하여 어떤 대상의 이름을 부르시는 경우가 몇 번 나타나는데이때마다 연민을 품은 애정이 가득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루카10,41; 22,31).

'박해하느냐'로 번역된 '디오케이스'(diokeis)는 '집요하게 괴롭히다'를 뜻하는 '디오코'(dioko)의 현재 능동태이다.

 

여기서 능동태가 사용된 것은 사도 바오로가 산헤드린의 재가를 거치고 대사제의 수락을 받아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지만(사도9,1~2; 22,5), 사실상 대사제나 온 원로단의 수락이나 동의가 그에게 있어서 주요한 동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그는 자기 스스로 즉 능동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던 것이다뿐만 아니라 이 동사가 현재형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사도 바오로는 일회적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 일을 수행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도행전에서 사도 바오로가 고백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 외에도 실제로는 더 많은 박해와 핍박을 가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사도행전 9장과 사도행전 22장의 같은 내용 중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 사도행전 26장 14절에는 '뾰족한 막대기를 차면 너만 아프다'라고 번역된 '스클레론 소이 프로스 켄트라 락티제인'(sklleron soi pros kentra laktizein; It is hard for you to kick against the pricks)라는 표현으로 더 나온다.

 

이것은 당시에 자주 사용되던 격언으로서 '가시채를 차서 심한 상처를 입은 소'에서 유래한 것이며이와 거의 동일한 표현이 아에스킬루스(Aeschylus)의 저서 <아가멤논>에 나오는데거기에는 '가시채를 바로 차지 말라'를 뜻하는 '프로스 켄트라 메 락티조'(pros kentra me laktizo)라고 기록되어 있다.

 

'뾰족한 막대기'(가시채)로 번역된 '켄트라'(kentra)는 '켄트론'(kentron)의 복수형으로서 쟁기질하는 사람의 손에 있는 소몰이 '꼬챙이'를 가리킨다.

이것은 끝에 뾰족한 쇠나 뼈를 박은 막대기로서소가 말을 듣지 않으면 찌르기 위해 농부들이 사용하던 것이다.

 

만약 매를 맞은 소가 반항하여 뒷발질을 하면 할수록그 소는 더욱 심하게 찔리고 상하게 되어 고통을 당할 것이다.

이것은 농경문화의 배경에서 생겨난 격언인데, '신을 대적하는 행동은 어리석고 무모하며 불가능하다라는 교훈적인 의미로 발전되었다이렇게 어리석은 열정으로 하느님께 대적하는 바오로를 예수님께서 직접 꾸짖으신 것이다.

 

사실 바오로는 실제로 예수님을 핍박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예수님께서는 바오로를 예수님 당신 자신의 박해자로 지목하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바오로는 단지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을 뿐이다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왜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사람 예수다' (사도9,5; 22,8; 26,15)라고 말씀하신 것일까?

이것은 예수님께서 너희와 항상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던 (마태28,20) 말씀대로 그리스도인들이 고난당할 때 그들만 버려두신 것이 아니라 그들과 늘 같이 계셨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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