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숨막히는 짝사랑(루가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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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3-06 ㅣ No.3895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놓는다. 내가 오늘 내리는 너희 주 하느님의 명령을 순종하며 너희 주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가 지시하신 길을 걸으며 그의 계명과 규정과 법령을 지키면 너희는 복되게 살며 번성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 마음이 변하여 순종하지 아니하면, 하느님께 추방당하여 다른 신들 앞에 엎드려 그것들을 섬기게 될 것이다. 오늘 나는 너희에게 일러 둔다.

그리 되면 너희는 반드시 망하리라.

                                                           --집회서 30,1--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거나 망해 버린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루가 9,22--

 

 

오늘 독서인 신명기는 모세가 자신이 죽기전 살아 생전에 들었던 말씀을 요약정리한 유언입니다.

 

그래서 모든 내용들이 모세 오경속에서 반복되는 것들이지만,

그만큼 신명기는 탈출기에 엮인 엑기스라는 뜻입니다.

 

죽기 전...정말 안타까운 말로 모세는 다짐하고 또 합니다.

그리고 오늘 독서야말로 신명기중에서도 그가 자신의 유언의 요점으로 남기는 말입니다.

 

사순을 시작하는 우리들에게 주시는 이 말씀은

예수님이 선포하신 가장 큰 계명을 지키는 입장에서 당부하시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말씀에서 가장 큰 계명은

"네 몸과 마음을 다하여 하나이신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그 다음이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우리들이 신앙에 입문하면서 종교를 접할 때,

가장 힘든 계명과 큰 계명으로 사랑을 배우면서 실지적으로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를 가장 큰 계명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성서를 잘 알지 못하는 초보신앙인들은 그 계명을 너무나 큰 계명으로 여기고 힘들어 합니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나의 몸만큼 누군가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

현실상황에서 그만큼 무리한 요구는 없는 것이죠...

 

 

하지만 차곡차곡 되짚어 보면 아주 많이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시는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그러하며...

생면부지의 이를 구하기 위해 사지로 뛰어드는 이들이 그러합니다.

 

의식하지 못하지만..우리는 그렇게 사랑하는 이들을 주위에 깔며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하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진짜...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큰 계명과

예수님이 재확인 시켜주신 큰 계명...

그리고 모세가 죽어가면서 결코~~~잊지 말라고 한 계명은 아주 쉽게 무시하고 있는 듯 합니다.

 

" 하느님 야훼를 몸과 맘 다해 사랑하라..."

 

.......받은 사람이 티나는 사람이 아니라서 일까요?

주었다고 생색나지도 않고, 받았다고 티내지 않아서 일까요?

 

아뭏든....우리는 그 계명을 그다지 크고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지만...그 계명은 아주 큰 계명이며 무서운 계명입니다.

따르면 살고....따르지 않으면 망하리라...

 

나의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거나 망하지는 않습니다.

나의 이웃을 미워한다고 해서 사실 님이 벌을 주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님을 사랑하지 않으면, 따르지 않으면 죽거나 망합니다.

님을 미워하면 천배, 백배, 자손들까지 벌을 받습니다.

 

정말..........큰 계명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당신의 수난예고를 말씀하시고는

당신을 따르려면 자신처럼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요구하십니다.

그래야 자신의 생명을 건진다고 협박도 하십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너무나 굳어 있어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니었을까요?

 

 

사실 그 분이 말씀하시고 싶으셨던 것은..

" 나를 사랑해다오....나의 고통이 가슴아프지 않느냐?

  내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모습이 마음아프지 않느냐?

 

  나를 사랑한다면....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너희는 나의 십자가를 보면서 대신이라고 져주고 싶어할텐데....

 

  나는 너희를 너무나 사랑했기에...너희의 십자가를 져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이렇게 대신 십자가를 지고 매달려서 너희의 것을 대신하고 싶은 맘으로

  왔건만...

  너희는 나에게 매달려 달라고 말하는구나..

 

  나는 괜찮단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는 그것을 용서하지 않으신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신다.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면....

  나의 십자가를 함께라도 지고 싶다고 하지 않는다면...

 

  아버지는 너희를 죽이고야 말 것이다.

 

  제발 부탁이다....살아 다오.

  생명을 잃는다면 다 무슨 소용 있겠느냐? 살아 남아다오..

  그럴려면..나의 십자가를 같이 지겠다고 라도 말해다오..

 

  ...그러면 나의 아버지 야훼께서 너희를 죽이시지는 않으실 것이란다...."

 

 

그건 우리 인간에게 대한 사랑의 매달림입니다.

애처러운 짝사랑의 고백입니다.

 

"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않아도 좋으나 사랑하는 척이라도 해주렴..

  그래야 너희가 나의 아버지에게 살아남는단다..."

 

숨이 막히는 고백입니다.

살아 있음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런 고백을 들으며 산다는 것은 기쁨입니다.

이토록 사랑해주시는 님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요....

 

예수님이 우리를 살리신다는 것은...

우리에게 전해주시려고 한 구원의 복음은...

혹 이 사랑의 계명이 아니었나 합니다.

 

 

기쁜 소식---우리를 구원하시고 살리신다는 것은...이 고백이 아닐까요?

내가 너희를 사랑하듯...너희도 나를 사랑한다면...

너희는 구원받아 행복하게 영원히 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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