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겸손의 잔을 마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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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2-27 ㅣ No.1578

 

 

2002, 2, 27 사순 제2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20,17-28

(수난과 부활에 대한 세번째 예고, 야고보와 요한의 간청)

 

그리고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에 열두 [제자]를 따로 (불러) 데리고 가시며 길에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면 인자는 대제관들과 율사들에게 넘겨질 것입니다. 그들은 인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인자를 이방인들에게 넘겨 주어 조롱하고 채찍질하며 십자가형에 처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자는 사흘 만에 일으켜질 것입니다."

 

그 때에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가 그 아들들과 함께 예수께 다가와서 절하며 무엇인가 청하였다. 예수께서 그에게 "무엇을 바랍니까?" 하고 물으시니, 그는 "선생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 중 하나는 선생님 오른편에 또 하나는 왼편에 앉으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말했다. 그러자 예수께서 대답하여 "당신들은 스스로 청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당신들은 내가 마시려는 잔을 마실 수 있습니까?" 하셨다. 그들이 예수께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당신들은 내 잔을 마실 것입니다. 그러나 내 오른편과 왼편에 앉는 그 일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아버지에 의해서 정해진 사람들에게 (돌아 갈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제자) 열 사람이 듣고서는 그 두 형제를 언짢게 여겼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부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백성들의 통치자들은 엄하게 지배하고 높은 사람들은 백성들을 억압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사이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분 가운데서 크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여러분의 봉사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가운데서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여러분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이와같이 인자도 봉사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봉사하고 또한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속전으로 자기 목숨을 내주러 왔습니다."

 

 

<묵상>

 

겸손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육화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서 최고의 사랑을 만날 수 있으며 완전한 겸손을 배웁니다.

 

겸손은 힘 센 사람 앞에 선 약한 사람의 비굴함과는 전혀 다릅니다. 자신에게 돌아올 특정의 대가를 바라고 취하는 행동 양식도 겸손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랑하기에, 품에 안고 싶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는 것이 겸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겸손하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자신에 대한 인정도 참으로 겸손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헛된 욕망에 불과합니다. 예수님께서 마셔야 할 잔, 그러기에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도 함께 나누어 마셔야 할 잔이 겸손의 잔입니다.

 

대가를 바라는 자기 낮춤도 겸손이라고 한다면,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겸손 때문에 다른 이들이 자신을 업신여기고 모욕한다면 과연 겸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참된 겸손은 어찌보면 우리의 인간적인 노력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덕목이요, 하느님의 은총으로 생활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왜 겸손해야만 할까요? 겸손한 사람만이 다른 이들을 편안하게 품에 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기심과 경쟁이 판치는 인간 세상을 하느님께서 주시는 화해와 평화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 사회 안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지배 관계가 항상 있습니다. 한 개인은 여러가지 관계의 사슬에서 때로는 지배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피지배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하면 지배자의 위치에 서서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극히 정상적인 삶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를 포기해야만 인간 해방의 세상, 주님의 은총으로 주어질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일구어 나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여정을 통해 지배의 포기, 나눔과 섬김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사순 시기 동안 우리는 예수님의 겸손의 삶을 묵상하며, 아무 두려움없이 이 길을 걸어가도록 노력합니다. 바로 옆에서 함께 살아가는 형제 자매들과의 관계 안에서 보이지 않게 드러나는 지배욕을 살펴보고 포기의 삶, 나눔과 섬김의 삶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회개요 예수 그리스도의 참 제자됨의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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