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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1-02-22 ㅣ No.631

찬미예수님,

 

엄청나게 내리던 눈과 피정 준비로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고나니 어느새

코끝에 봄기운이 와닿습니다.

 

갑자기 지난 주일 이른 아침에 혼자 십여분동안 눈을 밟던 시간이 그리워집니다.

한마음수련장을 뒤덮은 눈밭이 너무나 아까워서 아직 새벽 기운이 어스름하게

남아있던 일곱시쯤 나가 눈 위를 밟으며 혼자있슴을 즐겼습니다.

그 하얀 눈을 밟으며 걸을 때 나던 소리를 어떻게 표현할 지 난감하네요.

뽀드득... 어쩐지 이 닦은 후 손으로 문지르면 나는 소리처럼 들리고...

뿌드득... 누군가 이 가는 소리 같지요?

공기는 맑고 적당히 찬 이른 아침 기운이 지금도 달콤하게 기억됩니다.

모두들 함께 기도하고 얘기하고 밥 만들어 먹고 했던 시간들도 모두 아름답게

기억되겠지만 혼자 자연과 둘이 남아 인사 나눌 수 있었던 그 아침이 더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산속에 내린 눈은 시간이 지나도 더럽혀지지 않고 아름답게 다시 물로 돌아가는데

도심에 내린 눈은 곧 구정물이 되어 이마에 주름을 만드는 걸 보면 도시는

살기에 편한 곳이지 좋은 곳은 아닌 모양입니다.

 

많은 청년들이 함께 했던 시간에 감사했고 아름다운 자연에 감사했고 남을 위한

시간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피정을 다녀온 청년들이 다시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신부님과 어른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일들을 마련하시고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보살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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